서울시 서초구 반포의 재건축 아파트 현장. 사진=수도시민경제
이재명 정부 두번째 부동산대책인 9.7부동산대책이 발표됐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와는 달리 시큰둥한 분위기다. 특히 지난 6.27부동산대책이 수요억제 중심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실효성 있는 공급대책을 기대했지만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우선 LH에 시행사 기능을 강화해 공공주택을 직접 공급하는 방식을 강화한 것과, 부동산 감독기구를 신설하는 등 시장감시 기능을 강화한 것 외에 특별한 대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주택공급 방해 역할을 하고 있는 수요억제책을 더욱 강화한 것 역시 반 시장적인 정책이란 지적을 받는다.
이번 주택 공급대책의 핵심은 그동안 집값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수도권에 매년 27만가구를 향후 5년간 착공해 총 135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이를 위해 도심 유휴부지를 활용하고,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시키고, 민간 다가구·다세대 등 비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법들은 과거 모든 주택공급 대책의 단골메뉴였지만, 실제 주택공급에 도움이 되질 못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LH의 역할 변화가 향후 주택 공급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이는데, 많은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 의도대로 효과를 거둘 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그동안 LH는 택지를 개발해 민간 건설사에게 매각을 하고 그 이익금으로 공공임대 사업을 펼쳐왔는데, 앞으로는 개발한 공공택지에 주택사업을 직접 시행하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시공은 민간 건설사들이 하게 되는데, 이때 브랜드는 건설사들의 브랜드를 사용함으로써 공공주택이란 낙인을 제거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LH가 사업의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 앉는 구조가 되고 이로 인해 안 그래도 누적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LH의 재무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LH는 현재 엄청난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는 형편이어서 리스크를 안고 적극적인 사업을 펼치는데 한계가 이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 73조5470억원에 부채는 161조원에 달해 부채비율은 217.69%에 달하고 있는 형편이다. LH의 부채비율은 매년 크게 늘어나는 추세인데, 2020년 129조7450억원에서 불과 4년 만에 31조원이나 늘어났다.
그나마 수익성이 좋은 택지 매각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내고 공공주택 공급도 해왔는데, 직접 시행을 하면서 사업 손실까지 안게 될 경우 정작 공공분양이나 공공임대 사업에도 차질을 빚을 우려까지 생겼다.
현재 건설원가 상승으로 민간 건설사들의 영업이익률은 대부분 5%를 넘기기 든 상황이고,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5대 건설사들의 영업성적을 보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2025년 2분기 영업이익률은 3.47%로 영업이익률 기준으로 삼는 5%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현대건설 2.81%, 대우건설 3.62%, DL이앤씨 6.34%, GS건설 5.07%다. DL이앤씨와 GS건설은 5% 이상으로 비교적 양호했지만, 2024년 연간으로는 3.26%, 2.22%를 각각 기록했었다.
부채비율 217.69%의 LH가 사업 손실을 안으면서 부채가 계속 늘어날 경우 신규사업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게 된다. 그럴 경우 이번 9.7부동산대책의 핵심인 공공주택 공급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LH가 시행하는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들의 거부반응도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다. 민간건설사의 브랜드를 내세워 분양을 한다고 하지만, 주택의 고급화 추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공성이 부각된 서민 이미지의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는 분명 한계로 작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마케팅 책임이 없는 단순 도급사 입장으로서 주택 품질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보니 분양 여부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고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고민할 필요도 없어지게 된다.
결국 시장에서는 민영주택이냐 공공주택이냐를 놓고 차별화가 시작되고 공공주택이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LH에게 시행 기능을 안겨준 것은 어쩌면 시한폭탄을 장착한 것일 수도 있다.
부동산시장의 감독기능을 강화한 것은 그동안 편법 증여를 비롯해 위장거래를 통한 집값 왜곡 등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부분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것 역시 지나칠 경우 거래를 둔화시켜 정상적인 거래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고 기술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구조를 보면, 반드시 집이 필요한 사람만큼 투자의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 역시 많은 것이 사실이고, 그러한 구조가 국민 개인 자산의 80%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매매계약 신고 관리를 강화하고 자금조달계획서를 세분화 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잣대를 들이댈 경우 부동산 시장은 의외로 경직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강화된 수요억제책 역시 현금부자들과는 관계가 없는 중산층 이하의 일반 서민들에게 주로 해당되는 만큼, 서울·수도권은 현금부자들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전세대출 규제 강화가 결국 전·월세 시장을 위축시켜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상승이 발생해 주택 실수요자들인 임차인들이 전월세난민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다.
이재명 정부가 첫 부동산대책인 6.27수요억제책을 내놓은 지 70여일 만에 발표한 공급대책이고 이 정부 첫 공급대책으로서는 큰 틀에서 시스템을 정립했다기 보다는 우선 공공주택 공급이라는 방향성을 보여준 것 외에 과거의 메뉴들을 재탕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미 부동산시장은 지난 6.27수요억제책이 한계를 드러내 서울·수도권의 집값 상승행진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책에 대한 실망감으로 시장은 더 빠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다음 대책은 어떤 것이 될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 대책에는 정부가 시합에 나서서 직접 선수로 참여하기 보다는 게임의 룰을 만들고 선수들이 패어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장의 원리가 작동되도록 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원리는 강제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