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 시내의 하천에서 한 노동자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건져올리고 있다.

환경 문제에 대해 의외의 사실을 공개한다. 많은 사람이 ‘경제 성장은 환경 파괴와 비례한다’는 생각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런 면에서 무조건 개발 반대를 외치는 무지한 자들이 많은데, 특히 대한민국에서 '4대강 정비 반대세력'이 대부분 그렇다. 그들은 4대강의 댐과 보가 없으면, 당장 생활용수 사용도 힘들다는 사실을 보지 않으려고 한다. 사물의 한 단면만을 보는 대표적인 '외눈박이 시각'이다. 세상은 복잡하고 다양한데...

그러나 여러 국가를 수십 년간 추적한 연구는 정반대의 흐름을 말한다.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환경에 대한 관심과 보호 수준이 급격히 높아진다. 연구팀은 “소득 증가와 환경 개선은 장기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간다”는 결론을 내렸다. 쓰레기 처리 시설, 하수 정화 시스템, 공기와 수질 개선,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투자가 이 시점부터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영국의 템스강이 죽은 강이었다가 정화되고, 울산 태화강에 어떻게 연어가 돌아왔을까? 필리핀의 마닐라에 있는 마닐라강을 가보면 썩은 냄새로 코를 막고 다녀야 한다.

예일대는 전 세계 180개국의 생태적 지속 가능성을 측정한다. 놀랍게도 상위 37개 국가는 모두 부유한 서구 민주국가들이었고, 하위권은 대부분 아프리카와 가난한 아시아 국가들이 차지했다. 연구진은 “환경 성과는 국가의 부와 강하게 연결된다”고 결론지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돈이 있으면 돈 이외의 것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유한 사회는 깨끗한 공기, 안전한 물, 친환경 기술에 투자한다. 촉매 변환기, 전기차, 절반의 에너지로 작동하는 가전제품 같은 혁신이 모두 이런 환경에서 탄생했다.

플라스틱도 마찬가지다. 부유한 국가는 대부분 재활용과 소각으로 관리하지만, 가난한 국가는 처리 인프라 부족으로 매립지에서 강과 바다로 흘러간다.

해양 플라스틱의 90%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유입된다. 필리핀 한 나라에서만 배출되는 양이 유럽과 북미 전체의 7배나 된다. 환경을 지키는 길은 성장을 멈추는 게 아니라 성장으로 번 부와 기술을 환경 개선에 재투자하는 것이다. 번영이야말로 지구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해법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뒷걸음질이 아니라 속도를 높이는 일이다.

김상민, ‘좌파는 무슨 생각으로 사는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