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여론조사 '답정너', 그걸 들고 나온 정부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7.26 16:56 | 최종 수정 2024.07.26 16:57 의견 0
전국의과대햑 교수협의회가 지난 24일 '2천명 의대증원 정책 진실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청 청원'을 냈다. 26일 오후 4시 50분 현재 4만467명이 동의를 했다. 5만명이 넘으면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총선을 앞두고 의대 증원을 들고 나온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그 근거로 여론조사를 들었다. 여론 조사를 해 보았더니 의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70%인지 80%라면서 2000명씩 매년 늘려가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그리고 항상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경제신문은 물론이고 대부분 신문이 그 결과를 인용해서 기사를 쓰고 사설을 썼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의료 서비스에 대해선 세계 어느 나라에서 그런 여론조사를 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도무지 의사가 남아돌아가고 의료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답할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이런 여론 조사는 아무 의미도 없고 할 필요도 없고 그 결과를 받아서 기사로 쓸 가치도 없는 것이다. 제대로 된 신문이라면 현재 3000명인 의대 정원을 단번에 5000명으로 늘리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무식한 소치인지를 지적했어야 하지만, 그런 신문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한국 언론의 ‘수준’을 잘 보여 준 것이다.

며칠 전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돈을 대서 한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가 됐다. 결과는 국민 10명 중 6명이 내년 의대 증원에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가능하지도 않음이 드러나 있음에도 경총이 이런 쓸데없는 여론조사를 또 한 것이다. 같은 여론조사는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질문을 한 모양이다. 그랬더니 결과는 "현재 소득 대비 국민연금 보험료도 부담된다"는 의견이 72.7%였다고 한다. 이런 질문을 하면 보험료가 부담이 안 되니까 더 올려야 한다고 답할 사람이 있겠는가? 뻔한 답이 나오는 이런 여론조사를 왜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경총은 경영자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모든 좋은 혜택에는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 쯤은 잘 알고 있을텐데 말이다.

여론조사는 항상 비용은 부담하기 싫고 혜택은 보다 많이 받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정서가 우세하게 나온다. 국가정책과 여론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대중 심리를 극복하고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대안을 낼 수 있어야 제 구실을 하는 것이다.

이상돈, 전 중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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