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이사가 11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 사옥에서 해킹에 의한 소액결제 피해 관련 기자 브리핑에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건발생 보름동안 은폐하다가 이 대통령 지적에 서둘러 늑장 사과란 지적을 받고 있다.
2021년 프로야구 시즌을 앞두고 두산이 LG의 양석환 선수를 영입했는데, 양 선수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데 더해 특히 친정인 LG와의 경기에서는 기를 펴지 못하는 것을 두고 두산 팬들이 양 선수를 ‘쥐첩’이라고 부른 적이 있었다.
‘쥐첩’은 LG의 ‘G(쥐)’와 첩자의 ‘첩’을 합한 말인데, 양 선수가 몸은 두산에 있지만 실제는 친정인 LG에 도움을 주는 첩자라고 두산 팬들이 지칭한 비속어다.
이 ‘쥐첩’이란 말은 KT 김영섭 대표이사에게도 붙은 별명이었다. 2023년 8월 LG CNS 사장에서 KT 대표이사 사장으로 옮긴 후 KT의 실적이 나빠지고 심지어 시장점유율에서 LGU+에게도 밀리면서 업계에서는 몸은 KT에 있지만 친정인 LGU+를 위해 일하는 ‘쥐첩’ 같다는 말이 돌았다.
그런 김영섭 대표가 정말 ‘쥐첩’이란 별명에 맞는 경영 판단을 보이면서, KT가 위기에 처했다.
KT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단 소액결제 피해가 발생한 것은 지난 8월 말이었는데, 그동안 KT는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피해가 확산되고 경찰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합동으로 조사에 착수하자 마지못해 인정해 국민의 분노를 사게 됐다.
KT는 소액결제 피해가 확산되던 초기에는 "개인정보 해킹 정황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건을 은폐하다가 정부와 경찰의 조사 결과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통한 고객 5561명의 개인정보인 국제이동가입자식별정보(IMSI) 정보유출 가능성이 확인돼서야 사태를 인정했다.
이러한 엄청난 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했지만 지난 보름여 동안 KT는 사건을 은폐하는데 만 급급하고 피해 당사자들에게도 해킹 정황을 알리지도 않아 문제를 키웠다.
그런 모르쇠 태도는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김영섭 대표가 급작스럽게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바뀌었고, 해킹 사실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일부 소액결제 사고에 대한 늑장 대응의 비판을 받았던 KT가 조사결과 개인정보 유출까지 드러남에 따라 향후 파장은 더 커질 전망이고 피해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열렸다.
이번에 KT는 지난 4월 18일 유심 해킹사건이 발생한 SK텔레콤의 처신과 완전히 비교가 되는 모습을 보였다. SK텔레콤은 트래픽 이상징후가 감지된 하루 만에 해킹피해 사태를 확인하고 바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한 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SK텔레콤은 2696만명 고객 유심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전체 고객의 유심을 교체하는 작업에 들어갔었다.
KT의 김영섭 대표가 끝까지 은폐하다가 대통령이 한마디 경고를 하자 그제서야 서둘러 국민에게 머리를 숙인 것과 비교가 된다.
이번 사태로 KT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고객의 신뢰를 잃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통신의 생명은 보안인데 그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이 확인이 된 것이다.
지난 4월 SK텔레콤의 유심 해킹은 해킹사실만 확인됐지, 정보유출이나 무단결제 사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이 됐다는 측면에서 이번 해킹사태가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김영섭 대표가 2023년 8월 취임 이후 현재까지 2년 간 KT의 경쟁력은 크게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해킹 사태도 그런 측면에서 충분히 예견됐다고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원가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회사 전체 인원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2800명의 직원을 희망퇴직 형태로 내보냈다. 주로 네트워크 관리 등을 하는 현장직 인력이었다. 당시 네트워크 관리 공백에 따른 보안 문제 우려가 제기됐지만, 김 대표는 정보기술을 고도화시켜 직원을 대신할 수 있다고 장담했었다.
지난해 9월에는 KT새노조가 김영섭 대표 취임 1년간 경영평가표를 4가지로 나눠 발표한적이 있었다. 비리경영진 청산 및 경영공백 정상화 C등급, 컴플라이언스 경영준수 D등급, 통신사업역량 C등급, 신성장비전 제시 C등급 등이었다. 등급은 A부터 D인데, 4개 항목 모두 C, D로 깔았다.
김영섭 대표가 오고 나서 진짜 ‘쥐첩’이란 별명에 맞게 시장 점유율도 LGU+에게 밀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해 8월 기준 통신업계 만년 3위인 LG유풀러스의 가입자는 1801만명으로 늘어난 데 반해, KT는 1713만3388명으로 떨어져 통신업계 40년 역사에 처음으로 2위 자리를 LGU+에게 내줬다.
현재는 지난 SK의 해킹사태로 인해 30만명의 이탈자가 KT로 옮겨가는 등 이유로 2위 자리를 탈환했지만, 이번 사태로 KT 이탈 고객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KT 대표로 취임한 2023년 8월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비상식적인 인사란 평가가 있었다. 통신3사 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적장을 데려가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KT의 경쟁사인 LGU+의 부사장을 지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실의 국정기획수석실 이관섭 수석이 강하게 밀었다는 말이 있었는데, 이 수석의 형과 김 대표가 절친으로 알려졌다. 이 수석은 김 대표 친구의 동생이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KT 사장 인선 발표 며칠 전에 대통령실 발 소문으로 김영섭 대표가 사장으로 선임된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김 대표가 KT로 들어가면서 검찰, 정치인, LG출신 낙하산이 줄줄이 KT로 내려앉았다.
LG 출신으로는 정우진 컨설팅그룹장, 유서봉 전략사업본부장, 강성권 KT컨설팅그룹 Cloud Lead장이, 검찰 출신은 이용복 법무실장, 주의정 감사실정, 허태원 컴플라이언스 추진실장, 김후곤 컴플라이언스 위원장 등이,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임현규 부사장, 최영범 스카이라이프 사장, 윤정식 KT텔레캅 사외이사 등이 있다.
해킹으로 인한 소액 무단 현금결제가 278건에 1억7000만원이 발생하고, 불법 초소형 기지국의 신호를 수신한 고객이 1만9000명으로 밝혀지는 등 대형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신고를 게을리 하고 대책을 미루면서 은폐한 KT 김영섭 대표의 무책임 경영으로 KT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