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 포스코 회장. 사진=포스코

경영 위기에 빠진 장인화 號가 이끌고 있는 포스코가 국내 유일의 대형 선사인 HMM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포스코의 사업 리스크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이해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포스코는 HMM의 지분 중 한국산업은행이 가지고 있는 지분 36.02%를 인수해 35.67% 지분을 소유한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공동 경영을 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예상 금액은 7조원으로 알려졌으며, 인수를 위해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과 자문계약을 맺고 사업성 검토 및 인수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가 HMM 인수를 검토하게 된 배경으로는 본업인 철강사업이 중국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의 품목별 관세 50% 적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뒤늦게 뛰어든 2차 전지사업 역시 캐즘(일시적 수요 축소)이 장기화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자,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차원에서 해운선사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포스코의 연간 물류비가 3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사업 연관성이 있고, 제품 생산 및 수출에 이은 일종의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다는 측면에서 포스코에 도움이 될 수는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포스코의 입장을 보면, 현업인 철강이 최악의 경영환경을 맞고 있고, 거기에 2차전지 역시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경기 부침이 어느 산업보다 심한 선사를 운영하겠다는 것은 그룹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측면을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19년 코로나19 영향으로 2022년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HMM 실적은 2023년부터 급격하게 고꾸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2년 매출 18조5828억원, 영업이익 9조9494억원, 순이익 10조1171억원에서 2024년 매출 11조 7002억원, 영업이익 3조5128억원, 순이익 3조7821억원으로 2년 만에 매출 37.03%, 영업이익 64.69%, 순이익 78.26% 떨어졌다.

실적 악화는 올해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매출 3조1549억원, 영업이익 1조1억원, 순이익 8978억원에서 2025년 2분기 매출 2조6227억원, 영업이익 2322억원, 순이익 4713억원으로 분기 단위 비교에서도 크게 떨어졌다.

FnGuide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연간 추정치는 매출 10조4755억원, 영업이익 1조3468억원, 순이익 1조8523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 -10.47%, 영업이익 -61.66%, 순이익 -51.02% 등으로 이익구조가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6년 전망치 역시 올해 대비 매출 -7.6%, 영업이익 -29.55%, 순이익 -34.82%로 계속 쪼그라드는 추세로 나타났다.

현재 글로벌 해운업계는 HMM의 전신인 한진해운이 부도가 나면서 산업은행으로 넘어간 2016년과 비슷한 상황이다. 코로나19 당시 늘어난 선박에 비해 현재 물동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운임이 크게 떨어져 글로벌 해운사 대부분의 실적이 저조한 상황에 빠졌다.

특히 시장상황이 악화되자 해운동맹 간의 이합집산이 이뤄지는 가운데, 올해 2월 HMM이 속한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에서 세계 5위인 독일의 하파그로이드사가 빠져나가 세계 1위 머스크사가 속한 ‘제미니협력동맹’에 합류하면서 ‘디얼라이언스’가 아시아권 선사 중심이 돼 중장기적으로도 경쟁력이 약화됐다.

HMM이 국내 유일한 대형 국적 해운사인만큼, 국내 수출입 관련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것이라는 부분도 우려된다. 포스코가 HMM을 지배할 경우 자사 물량 우선 정책을 펴게 되면서 다른 수출입 기업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024년 2월 하림과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었지만, 최종 계약이 불발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HMM에 대한 하림의 지배력이 강화될 경우 타 고객사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예상 때문이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당시 가지고 있던 영구채 1조6800억원을 가지고 경영 참여를 하겠다고 주장한 것이 쟁점이 됐었다.

당시 발목을 잡았던 영구채는 올해 3월까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상황은 변했다. 이번매각 대상은 산업은행으 들고 있는 지분 36.02%만이기 때문에 인수기업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다른 고객사의 불안은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분을 계속 가지고 있게 될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분 35.67%를 가지고 포스코의 독단을 막을 심산이겠지만 포스코가 대주주가 될 경우 포스코에게 유리한 조건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포스코가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해운업에 참여하려는 것과 관련 포스코의 즉흥적인 경영이력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전임 최정우 회장이 2018년 취임 이후 2019년 2차전지사업을 키우겠다면서 포스코퓨처엠(당시 포스코케미칼)에 집중투자를 하고 2023년 포스코퓨처엠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투자를 집중적으로 했지만, 결국 2차전지사업이 그룹 실적 악화의 주범이 된 바 있다.

현재 장인화 회장은 회장 선임 과정에서 2차전지 사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해 글로벌 톱티어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강조했고, 2024년 3월 취임 후 4개월 만인 그해 7월 ‘2차전지 소재 사업 밸류데이’를 열면서 2차전지 소재분야를 2023년 매출 3조4000억원을 2026년까지 11조원으로 확대시키겠다고 장담한 바 있다.

그러나 장 회장은 한 달만인 8월 최정우 회장 시절 OCI와 합작으로 설립한 피앤오케미칼 지분을 OCI에 전량 매각하면서 포스코그룹 차원에서 2차전지 사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쐈다.

여기에 장 회장은 현재 임기가 1년 6개월 여 남아있지만, 포스코 회장 자리는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리 부침이 심한 만큼, 현재 이재명 정부로 바뀐 상황에서 자신의 자리 보존에도 힘이 부친 마당에 7조원이나 투입해 불안한 선사를 인수를 검토한다는 것 역시 시장에서는 아이러니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 한국산업은행 회장 자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HMM 매각과 거기에 유력한 인수자로 포스코가 고론되고 있는 배경에 대해서도 이번 빅딜 계획 이면에 정부의 입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경제계 한 전문가는 “포스코가 2차전지 사업에 발목을 잡혀있고, 본업인 철강에서도 악재가 이어져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이 3.5%에 불과하고, 심지어 지난해 4분기는 순이익이 7033억원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위기 상황인데, 미래가 불안정한 선사를 인수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으로 보인다”면서 “포스코는 일본의 침략 배상금을 받아 세운 한민족의 희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회사인 만큼 고유의 업인 글로벌 철강 경쟁력을 올리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고 위험한 경영판단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