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GDP대비 건설업 비중은 1991년 29.5%로 정점을 찍은후 2024년에는 14.2%로 OECD평균인 11.5%보다 여전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대출에 의한 신용이 증가하면 기술과 생산성의 향상을 가속화함으로써 경제의 효율성이 증가한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급격한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은 금융의 취약성과 경제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인 가계부문의 신용보다 제조업 등 비은행권 기업의 신용과 생산증가 사이에 더욱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많은 학문적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예컨대 1990-2011년까지 46개 경제국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은행의 가계부동산 대출과 경제성장 사이에는 부(-)의 관계(negative relationship)가 있지만 신용의 긍정적인 성장효과는 비금융기업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밝혀졌다.(땅과 집값의 경제학, Josh Ryan-Collins외 224p)
주택담보대출 신용은 그것이 거주용 부동산 투자나 주택건설, 소비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면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국과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주택담보대출 신용의 대부분은 <이미 지은 집들>을 여러 가계들이 서로 사고 팔게 하는데 쓰인다. 결국 신용과 돈이 창조되어 기존의 집과 땅으로 흘러들어감에 따라 집값은 오르고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전형적인 <집값 거품> 혹은 <부동산 거품>이다.(땅과 집값의 경제학, Josh Ryan-Collins외 225p)
오늘날 많은 경제학자들은 금융위기 이전 은행이 과도한 부동산 담보대출을 해준 결과 전 세계적으로 부채 수준이 높아져서 소비수요가 억제되고 있고, 그 때문에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성장률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도한 부동산 관련 부채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를 괴롭혀온 장기적 침체의 원인으로 보인다.(땅과 집값의 경제학, Josh Ryan-Collins외 227p)
얼마전 청약접수를 받은 잠실르엘은 1순위의 청약경쟁률이 평균 631.6:1로 특별공급과 일반공급을 합치면 10만 명 이상의 청약자가 몰려 올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인 단지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소위 상급지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주변 시세 대비 1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는 점이 높은 경쟁률의 주요 원인이다. 다만, 후분양 단지로 내년 1월 입주가 예정되어 있어 단기간 내에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 등 상당한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지난 6.27부동산 대책으로 현재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주택을 구입할 때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최대 6억 원으로 제한되다 보니 주택 가격이 아무리 높아도 6억 원을 초과하여 대출받을 수 없게되어 있다. 청약저축, 무주택기간 등 당첨에 유리한 모든 조건을 모두 갖추어 놓고도 현금을 동원할 수 없는 경우에는 청약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잠실르엘의 전용 74제곱미터의 분양가가 18.7억원으로 6억원의 담보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자기 자금이 13억원 이상을 가지고 있는 현금 부자만 청약을 할 수 있었다.
주택담보대출이 기존주택시장으로 흘러가면 문제가 되지만 새로이 건설하는 신규주택시장으로 간다면 건설시장 침체도 해소하고 일정부분 경기부양에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획일적인 부동산담보대출 제한은 경기전체의 침체로 다가올 수 있다. 부동산담보대출이 생산적인 영역으로 흘러들어가게만 할 수 있다면 구태여 막을 필요가 없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기존주택에 대출해주는 경우이다.
6.27이후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가 급락해서 주택사업자들이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고, 신규주택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생산적인 시장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신규주택시장과 기존주택시장의 대출구조를 차별화하는 하는 방법도 하나의 수단이 될 것이다.
젊은이들이 자금이 좀 부족하더라도 상급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이 도와주고, GDP에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설시장도 침체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신규주택에 대한 부동산담보 대출이 기존주택시장을 불안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신규주택의 공급부족은 기존 주택시장의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신규주택에 한해서 6.27대책을 완화하면 어떨까 싶다.
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