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에 있는 현대해상화재 본사. 사진=수도시민경제

지난해 말 실질적인 대표에 지명된 후 올해 2월 부사장 승진과 함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이석현 대표가 이끄는 현대해상이 지난 7월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신용등급 부정적 평가를 받은 데 이어 이 대표 체제 첫 분기인 2분기 경영성적표가 나쁘게 나와 리더십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은 248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3560억원에 비해 30.3% 줄어들었다. 상반기 전체로는 4510억원을 기록해 45.9% 감소해 손해보험사 가운데 가장 많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6384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상승했고, 상반기 전체로는 1조247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1% 하락했다. DB손보 2분기 당기순이익은 4599억원으로 전년 대비 14.9% 하락했고, 상반기 전체는 906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9.3% 하락했다.

메리츠화재 2분기 당기순이익은 544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5% 늘어났고, 상반기 전체는 987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 줄어들었다. KB손보 2분기 당기순이익은 2446억원에 상반기 전체는 558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2.6%, 2.3% 감소했다.

특히 현대해상은 자동차보험손익이 크게 나빠졌다. 2분기 자동차보험손익은 9억원으로 직전분기 401억원에 비해 98% 줄어들었다. ROE(자기자본이익률)은 지난해 6월 기준 30.9에서 19.6으로 크게 악화됐다.

다만 장기적 측면에서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신계약CSM(보험계약마진)은 9.7% 늘어났고, 킥스(지급여력비율)도 직전 분기 159.4에서 170.0으로 개선됐지만 우량 손해보험사들의 수준인 200% 이상에는 한참 못미치고 있다.

현대해상의 당기순이익이 부진하다 보니 ROA(자산수익률) 역시 업계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분기 현대해상의 ROA는 1.74%로 전년 같은 기간 4.17%보다 크게 나빠졌다. 삼성화재 2.28%, DB손보 3.43%, 메리츠화재 4.42%, KB손보 3.23%에 크게 미치지 못한 수준이었다.

특이한 점은 예실차가 다른 손보사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자에게 지급할 것으로 예상한 예정보험금에서 실제 지급한 보험금을 뺀 예실차가 현대해상에서만 유독 마이너스(-) 수치를 보이고 있다. 현대해상의 예실차는 -1933억원으로 예정보험금 규모를 너무 적게 잡는 바람에 실제 지급한 보험금에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주요 손보사의 예실차는 DB손보 1736억원, 메리츠화재 4328억원, KB손보 2226억원이고 삼성화재는 오차가 거의 없고 한화손보가 -12억원이었다.

예실차가 너무 많아도 당기순이익에 왜곡이 되지만, 현대해상처럼 마이너스 규모가 너무 커도 왜곡현상이 발행한다. 현대해상은 지급할 예정보험금 규모를 너무 소극적으로 잡는 바람에 실제 지출한 보험금 규모가 1933억원 더 많이 지출된 것이다.

즉 현대해상은 최근 3개년 평균 ROA 1.9%로 수익성이 저하되는 등 순이익 구조가 크게 무너진 상황에서 새로 대표를 맡은 이석현 부사장 체제에서도 개선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예실차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보험부문의 이익변동성이 확대된 것이다. 2023년 회계제도 전환 이후, 약 2000억원의 예실차 손실이 매년 발생하면서, 최근 3개년 보험수익성은 5.4%로 저하됐다.

다만, 우수한 신계약 유입을 통해 CSM을 누적하면서 안정적인 상각이익이 발생하고 있으며, 2025년 1분기 신계약(월납환산) CSM 배수는 인보험 기준 15.2배로, 전년동기(11.0배) 대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향후 양질의 신계약 유입을 통한 향후 CSM 순증 여부가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1분기 기준 보험수익성지표도 가장 낮았다. 현대해상이 5.0%인데 반해 DB손보 10.2%, 메리츠화재 15.3%, KB손보 9.2%였다. 운용자산이익률도 유일하게 2%대로 가장 낮았다. 현대해상 2.9%, DB손보 4.2%, 메리츠화재 3.9%, KB손보 3.2%였다.

회사의 부실한 이익구조에 비해 임직원 수는 많은 편이고, 시장에서의 회사 영향력이 떨어지다 보니 보험설계사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현대해상의 임직원 수는 올 1분기 기준 4097명으로 DB손보 4724명보다는 적지만 메리츠화재 2942명, KB손보 2988명보다는 크게 높다. DB손보와 메리츠화재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현대해상의 2배 수준이고 KB손보는 현대해상과 비숫한 수준임에도 임직원 수는 1000명 이상 적다.

보험설계사는 현대해상이 1만3329명으로 KB손보 11951명, 한화손보 1만2536명과 비슷한 수준이고, DB손보 2만639명, 메리츠화재 3만6084명보다 크게 적다.

현대해상은 지난해까지 투톱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다가 올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기존 조용일·이성재 대표체제를 접고 10살 이상 젊은 1969년생인 CPC전략부문장인 이석현 부사장을 단독 대표이사로 올렸다.

현대해상은 이미 지난해 말 이석현 부사장을 중심으로 단독 대표체제를 준비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 임원진 30% 이상을 교체하고 핵심 부서에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하면서 조직분위기 쇄신에 나선 바 있다. 특히 윤리경영, 기술지원, 브랜드전략 등 주요 스탭조직에 상당수의 외부 인사를 투입해 물갈이를 했다.

이 대표가 69년생이다 보니 간부급의 경우 60년대생 위주에서 70년대생 중심으로 바꿨다. 그러나 이석현 대표체제 출범 3개월 여 만에 신용등급 부정적 평가라는 경고장을 받아 들고 올 2분기 실적 역시 경쟁사에 비해 크게 밀리면서 이석현 호가 점차 기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폭염에 이어 폭우와 폭설 등 기상이변에 더해 의료 정상화에 따른 병원비 증가라는 보험사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전체 손해보험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석현 대표를 내세운 이후에도 여전히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현대해상이 실적 부진의 난관을 뚫고 나갈 지에 주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대해상이 지난해 60년생 전후의 대표 체제에서 69년생인 이석현 대표 체제로 세대교체를 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기존 임직원을 내보내고 외부 영입을 한 것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측면이 있고, 중요한 것은 보험수익보다 더 중요한 수익원인 자산운용에서 경쟁사 대비 크게 밀리면서 리스크가 매우 커졌다"면서 "보험사 경영이라는 것은 다른 업종보다 민감한 환경변화가 반영되는 상황이 많아서 경영수업을 충분히 받은 다음에 경영자가 돼야 하는데 이석현 대표는 전무에서 부사장에 승진하면서 바로 대표가 되는 바람에 그런 경영수업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