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럼비아강에 있는 3개의 댐 가운데 가장 하류에 보느빌 댐(Bonneville Dam)
윤석열 정부에서 환경부장관을 지낸 한화진 박사가 녹색성장위원장을 그만 두면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댐을 계속 건설해야 한다는 등 횡설수설을 했는데, 4대강 사업에 대해선 “환경 단체가 보 해체를 요구하더라도 ‘가뭄에 도움이 된다’는 지역 주민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길 바란다”고 했다. 한 박사는 대기환경을 전공한 화학자이지만 환경문제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4대강 사업이 황당한 자연파괴라는 정도는 알 터인데, 윤석열 정부에서 알량한 장관을 지낸 탓인지 4대강 사업을 편들고 나서서 측은한 생각이 들 뿐이다.
그런데, 보 해체에 대해 한 박사는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낙동강은 그 유역 사람들이 보를 그대로 두어서 녹조 물로 만든 수돗물도 마시고 녹조 물로 키운 쌀도 먹겠다니 구태여 해체할 필요가 있겠는가. 뿐만 아니라 낙동강에 세워놓은 보는 워낙 규모가 크고 준설도 깊이 해서 도무지 원상복원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솔직한 평가일 수도 있다. 영산강도 마찬가지다. 그쪽 호남 사람들은 갑문 만들어서 황포 돗대도 띄우고 유람선도 띄워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고 했는데, 그것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이 황포돗대 타겠다고 영산강까지 갈 일은 없지만 그것이 그 지역의 숙원사업인데 누가 감히 영산강 보를 해체하겠다고 나서겠는가.
댐을 세우면 물 공급도 늘리고 발전도 하고 홍수도 예방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겠으나 그것은 다목적댐의 경우에 한하는 이야기이다. 토끼 세마리를 다 잡을 수 있는 다목적댐은 강의 중상류 V자 계곡에 큼직하게 세워야 그런 구실을 한다. 한강 상류에 세운 소양댐과 충주댐이 그런 경우이고 미국의 경우는 후버 댐이 그러하다. 서울에서 가까운 청평댐은 발전댐이고 물 공급이나 홍수통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강의 중류나 하류에 세운 댐은 발전용으론 기능하겠으나 홍수 통제에는 효과가 거의 없다. 금년 6~8월에 중국 전역에서 대홍수가 났는데, 양쯔강 중간에 세운 세계에서 가장 큰 산샤댐(三峽댐)이 급하게 물을 방류해서 오히려 하류에 대홍수를 야기하고 말았다. (중국 당국의 보도관제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유튜브에는 관련 영상이 널려 있다.) 따라서 산샤댐이 홍수를 막은 게 아니라 오히려 홍수를 야기했다고 보기도 한다. 또한 산샤댐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도 벌써 10년이 되어 가고 있다.
한화진 박사는 4대강에 세운 보가 발전을 하기 때문에, 그리고 댐을 세워서 발전을 하면 기후변화 시대에 전력을 지속가능하게 생산할 수 있다고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도무지 4대강 보에서 전력 생산이 얼마나 되는지, 또 그 알량한 전력생산을 위해서 투입된 자본이 얼마며, 그로 인한 사회적 생태적 비용이 얼마나 들어갔고, 또 보를 운영하느냐고 국민세금이 얼마나 계속 들어가는지를 계산해 보기는 했는지 알 수 없다. 소양댐의 발전용량은 200MW, 충주댐의 발전용량은 400MW, 팔당댐은 120MW이다, 그 막강한 후버 댐의 발전용량은 2000 MW이지만 우리나라 고리 원전 2, 3, 4호와 신고리 1, 2호의 발전용량은 총 7350 MW이다, 소양댐은 인구가 적은 지역에 들어서서 큰 문제가 없었으나 안동댐과 충주댐은 이주대책과 보상을 둘러싼 사회적 비용이 컸다. 1970년대 들어서 미국에서 거대 댐 건설이 중단된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며 우리도 김대중 정부 들어서 동강댐을 포기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한화진은 이런 기초적 사실도 모르거나 모르는체 하는 것 같다.
미국 오리건 주와 워싱턴 주를 흐르는 막강한 콜럼비아강에는 유명한 댐이 세 개가 있다. 가장 하류에 보느빌 댐(Bonneville Dam)이 있는데, 1934년에 공사를 시작해서 1937년에 완공됐다. 발전양은 530MW였는데, 대공황 시기에 세워져서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구름 같이 모여들어서 단기간 내에 완공됐다. 2차 대전 중 부근에 있는 보잉 항공사는 이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력으로 폭격기를 만들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1950년대에 발전 터빈을 증설해서 발전용량은 1200MW에 이르렀다. 하지만 보느빌 댐은 거의 전적으로 발전용 댐이고 홍수조절 능력은 극히 제한적이고 그 지역은 원래 물이 풍부한 지역이다. 하지만 연어 등 어류가 강을 올라갈 수가 없기 때문에 물고기가 올라 갈 수 있는 Fish Ladder를 설치해서 댐 내부에 들어가면 유리창을 통해서 큰 물고기가 상류로 헤엄쳐서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화물 수송용 바지가 다닐 수 있도록 갑문을 만들었다. 지금 같으면 이런 댐을 만들겠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미국은 요새 댐을 철거하는 기술자는 있어도 댐을 세우는 기술자는 없는 실정이고, 기왕에 세워놓은 이런 거대한 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이상돈, 전 중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