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창업자인 샘 올트먼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몇몇 기자들과의 저녁 식사자리에서 내뱉은 AI거품론이 일파만파 확대되면서, 뉴욕 증권시장에서 기술주들이 크게 하락하고, 비트코인을 비롯해 코인 시장도 흔들리면서 거품론 진위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올트먼의 경고대로 AI거품론에 무게가 실릴 경우 글로벌 산업 및 금융시장은 일대 혼란과 산업 기반이 크게 흔들리면서, 2000년 일어난 닷컴 버블사태보다 훨씬 강도가 센 폭풍이 몰아 닥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올트먼이 이런 발언을 한 자리는 10명 이내의 기자들과 가진 사적인 자리였기 때문에, 속 마음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자리라고 할 수 있어서 그의 발언이 어느 정도 가식이 없는 본심일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AI거품론에 무게가 실리기도 한다.
특히 올트먼은 오픈AI를 통해 AI시대를 연 장본인이어서 AI산업에 대한 이해가 누구보다 깊기 때문에 그가 뱉은 우려가 시장에 주는 충격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올트먼의 AI거품론이 나오자마자 뉴욕 증권시장에서 기술주들이 크게 빠졌고,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코인 시세도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폭을 키웠다.
19일(현지시간) 기술주들이 중심이 된 뉴욕의 나스닥지수는 1.46% 하락했고, 다음날도 0.67% 빠졌다. 특히 AI 관련 핵심 종목인 엔비디아는 19일 3.50% 하락한 데 이어 20일에도 0.14% 하락했다.
우리나라 서학개미들이 가장 좋아하는 팔란티어는 급락세를 보였다. 19일 -9.35%에 이어 20일에도 -1.10%로 이틀간 10% 이상 빠졌다.
이 외에도 19일 AMD -5.44%, TSMC -3.61% 등 AI 반도체주들이 줄줄이 하락했고, 그 여파로 우리나라의 AI 반도체 대표주인 SK하이닉스는 이틀 연속 3%씩 하락하고 있다.
코인 시세도 하락해 비트코인 -2.84%, 이더리움 -4.69% 떨어졌다.
올트먼 발언의 주요 내용은 “AI 관련 기업들의 가치에 거품이 너무 심해 이제는 통제 불능의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투자자들이 AI에 과도하게 흥분하고 있다”면서 ‘거품’이란 말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AI 거품론’에 거품을 물었다.
올트먼의 AI 거품론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25년 전 ‘닷컴버블’에 대한 악몽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2000년에 발생한 시스코발 닷컴 버블이 재현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은 초토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2000년 발생한 닷컴 버블은 당시 인터넷 웹의 발전 속도가 급속화 되면서 관련주들 중심으로 주가가 엄청나게 상승했는데, 당시의 밸류에이션(PER, 이익 대비 주가 비율)은 닷컴 기업 상위 10개사 평균 기준으로 25배였다. 그에 비해 현재 생성형AI 및 GPU반도체 중심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은 30배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증권시장에서 적정한 밸류에이션을 10으로 보기 때문에 현재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기준의 3배이고, 2000년 닷컴 버블 때 밸류에이션보다고 높다고 할 수 있다.
올트먼의 경고에 이어 20일(현지시간) 미국 MIT공과대학에서도 AI 과장에 대한 경고 보고서가 나와 AI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날 MIT의 컴퓨터네트워크 연구를 하는 난다연구소가 가 내놓은 ‘난다 이니셔티브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맞춤형 AI 실패율이 95%에 달하고 나머지 5%만이 매출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현재의 생성형 AI는 기존에 나와있는 언론 보도나 보고서 등 기존 자료들을 학습해 분석을 해서 결과를 내놓는데 반해, 기업들이 해결해나가야 하는 과제들 대부분은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변수들이기 때문에, 기존의 정보 중심으로 AI가 내놓은 보고서는 경영적인 판단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보조금을 주는 대신 그만큼의 지분을 요구할지, 반도체에 대해 2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할 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지 등은 전혀 새로운 변수이기 때문에 기존의 지식을 가지고 판단하는 AI의 보고서는 과거형이어서, 앞으로 일어날 변수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 주는 보고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중 자금이 과도하게 AI 쪽으로 흘러 들어가는 현상도 25년 전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0년 닷컴 버블이 발생하기 10년 전부터 시중 투자자금의 70% 이상이 닷컴 관련 스타트업에 빨려 들어갔는데, 지금의 분위기 역시 비슷한 모습이다.
현재 AI 열풍에 따라 2025년 1분기 동안 AI 스타트업에 80억 달러가 투자돼 전체 벤처캐피탈 투자의 70%가 몰려있다.
일부 뉴욕 증권가에서는 닷컴 버블과 달리 오늘날 AI는 활용성을 입증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AI 버블에 대한 과도한 우려에 대한 부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시는 많은 기업들이 인터넷이라는 기술만 있었을 뿐, 수익화 모델이 불분명했지만 현재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다양한 산업에서 실질적 도구로 쓰이고 있으며 구글, 메타 등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에 버블로만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투자 주체도 닷컴 시대와 달리 지금은 빅테크 기업은 물론 정부 기관의 투자가 더해지고 있어서자금조달 시스템이 훨씬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문제는 과도한 밸류에이션을 극복하는 것인데, 그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큰 변수가 금리다. 기업의 자금 조달 금리는 이익과 직결되고, 이익이 많아질수록 밸류에이션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에 열리는 미국 잭슨홀 미팅에 세계의 눈이 집중되는 이유다.
AI버블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금리인하 시그널이 나와야 하는데, 미국 물가 수준을 보면 동결이 유력해 보여 제롬 파월이 어떤 결론을 내일 지, 그 결과에 따라 다음주 증권시장은 천당이냐 지옥이냐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