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0일 서울 용산구 갈월동 HJ중공업 건설 부문 본사에서 열린 '국토부·LH 합동 주택 공급 TF' 및 'LH 주택공급특별추진본부 현판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지=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출범 한달도 안된 시점인 지난 6월 27일 새롭게 출범한 정부는 국토교통부장관과 기획재정부장관이 선임되기도 전에 금융위원회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을 잠재우겠다면서 6.27수요억제책을 내놨다. 그만큼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 열기가 뜨거웠기 때문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한 달 기념 타운홀미팅에서 6.27대책에 대해‘맛보기’라면서 더 다양한 대책이 있음을 시사하는 등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시장은 대책 발표 이전의 아파트값 상승폭을 금새 회복했고, 대책으로 인해 무주택 서민만 고통을 받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어서 내놓은 9.7공급대책은 대책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억에도 남지 않은 철지난 메뉴들이어서 국민 대다수가 관심도 없다.

그러자 10.15대책이라는 어거지성 대책까지 내놓게 됐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중으로 묶은 것인데, 곳곳에서 반발이 일게 됐다.

시장은 이미 10.15대책을 내놓은 지 한달만에 다시 상승 흐름에 힘을 받기 시작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11월 셋째주(11월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전주 대비 0.20% 올라 10.15대책 직전 2주일 간의 0.54% 상승 수준에 바짝 다가갔다. 2주일 간의 상승률이 0.54%이니까 일 주일 기준으로는 0.27%인 셈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가고 있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특히 기존 서울 집값 상승세를 이끌던 강남과 용산 성동구 등의 가격 상승폭이 여전히 상승세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고, 거래량에서도 서울 전역에서는 75%나 감소했는데 이들 핵심 지역에서는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비 핵심지역 서민들만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했던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경기도 화성은 대책 전 –0.05%에서 지난주 0.36%로 대폭 상승했고, 구리 0.06%에서 0.24%, 용인 0.06%에서 0.21%로 상승폭을 늘려 풍선효과를 입증했다.

문제는 정작 집값을 잡으려는 서울 강남3구를 비롯한 한강벨트는 상승폭을 늘리면서 신고가가 속출하고 거래량도 늘어났는데, 그 외 규제로 묶인 지역은 거래량도 70~80%로 줄고, 집값이 정체되면서 상대적 서민이라고 할 수 있는 주택 수요층의 고통만 늘어난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출규제와 갭투자 금지를 하면서, 현금부자들의 똑똑한 한 채를 장만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 꼴이 된 것이고, 대출규제와 전세 활용이 불가능해진 일반 서민은 주택 매매시장에서 퇴출되는 현상이 심해지게 된 것이다.

당연히 전세물량은 줄어들고, 월세로 사람이 몰리면서 전월세 시장에서 월세비중이 늘고 월세가 역시 상승폭을 키우게 됐다.

정권 출범 초기 자신감을 보였던 정부가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0일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한 추가 공급대책을 연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린벨트 해제는 과거 정권에서도 고민했지만, 미래 세대의 몫으로 남겨놔야 한다는 측면에서 최대한 자제해왔던 대책인데, 그린벨트 해제라는 극약처방까지 들고나왔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할 경우 공급 효과는 볼 수 있지만 난개발로 인한 환경훼손은 물론 주변 개발로 인해 집값 상승을 부추기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는 수단이다.

이제 주택시장은 뒤죽박죽 꼬일 일만 남았다. 대책끼리 꼬이고, 잘못된 시점 선택으로 꼬이게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를 경험한 민주당 정권은 왜 또 이런 실패의 길을 걷고 있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나 구윤철, 김윤덕 장관이 부동산 전문가는 당연히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 의견을 참고해야 하는데, 그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을 잘 못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 시장을 망치는 두가지의 주범이 있는데, 언론과 부동산애널리스트들이라고 한다. 언론은 한 단면만 보고 부각시켜 소비자들을 조급하게 만들고, 부동산애널리스트들은 섣부른 처방을 내리면서 시장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첫 부동산대책인 6.27대책이 나왔을 때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시장이 위축돼 짒값은 당연히 꺾이고 앞으로 집값이 내려갈 것이기 때문에 집을 사려면 기다렸다가 집값이 떨어지면 사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정부의 반 시장적인 수요억제책의 위험을 알리기보다는 그 대책이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오판을 용감하게 떠들어댄 것이다.

이상경 전 차관 역시 ‘기다렸다가 집값이 떨어지면 사라’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금 내놓은 대책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이나 주무 장관들의 귀를 가리면서 시장과는 맞지 않는 대책을 내놓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권한이 국회까지 장악한 마당에 막강하겠지만, 시장은 억지로 되지 않는다. 시장에 개입해서 경제정책을 펴겠다는 케인지안은 이미 글로벌 경제이론에서 퇴출된 지 수십년이 지났고, 시장의 원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시카고학파의 이론이 힘을 얻은 지가 오랜데, 자꾸 사회주의적인 방식으로 개입해 시장을 장악하려 하니 효과가 있을 리 없다.

이 시간에도 많은 언론과 부동산 애널리스트들은 끊임없이 시장을 칼질하고 있다. 참으로 위험한 사람들로 인해 위험한 시장이 되고 있다.

사람의 입을 보지말고 시장의 흐름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 늦기 전에.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