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원가 공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경제정의실천연합이라는 시민단체가 1998년 IMF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거품과 건설사의 과도한 이윤이 문제이고, 특히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아파트에 대한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되었다.
최근에는 공공주택뿐만 아니라 민간아파트까지 포함한 분양원가의 전면 공개를 주장하고 있고, 정부와 국회 등을 상대로 주택공급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분양원가의 공개를 통해 건설사가 적정이윤만을 남겨 분양가가 인하되면 기존 아파트의 가격도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2023년말 기준 전국의 주택수는 1955만호 쯤되고 2023년에 신규로 공급된 주택수는 21만 1000호 쯤 된다. 물론 직전 10년간 연평균 36만 8000호임을 고려할 때 23년도 주택공급 수치가 많지 않다.
연평균 주택공급 수가 36만호라고 하더라도 전국주택수의 2%미만의 수가 매년 신규로 공급되는 데 2%주택의 분양원가를 공개한다고 해서 나머지 98%의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과관계를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분양가 인상은 부동산 투기와 부동산 값 폭등의 근본원인이 아니다. 건설업체가 부당하게 분양가를 끌어올려 폭리를 취하기 때문에 부동산값이 폭등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었다. 투기로 인해 부동산 값이 폭등했기 때문에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끌어 올릴 수 있었고, 어려움 없이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폭리를 취할 수 있었다는 것이 진실이다(전강수, 토지의 경제학, p259)
건설업체가 아무리 힘이 세고 수완이 좋다고 해도, 또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정책을 펼친다고 해도, 시장에 존재하는 수요와 공급의 힘을 벗어나서 가격을 마음대로 좌우할 수는 없다. 수요와 공급의 변화가 원인이고 가격의 변화는 결과일 뿐이다. 단기간에 주택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실수요에 투기적 가수요가 가세하기 때문이다. 주택공급은 가격의 변화에 둔감하고 단기간에 크게 변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주택 공급에 비해 주택 수요가 갑자기 많아지는 현상은 공급이 아니라 수요, 특히 투기적 가수요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과잉유동성, 저금리 정책, 투기 방지 장치의 부재 등으로 투기적 가수요가 발생하게 되면 부동산 값 폭등의 진정한 원인이 된다(전강수, 토지의 경제학, p260)
이러한 투기적 가수요가 존재하는 한, 정부가 가격규제정책을 사용하여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추건, 분양원가 공개를 하건 투기는 사라지지 않게 될 것이고 부동산값의 폭등은 막을 수 없게 된다. 사실 가격과 씨름하는 것은 전형적으로 선동가들이 취하는 방법이다. 이들은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인기를 모으는 데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대안을 선정적으로 외치는 경향이 있다.
분양원가 공개운동을 벌이면서 GH, LH, SH, 건설사 등이 부동산값을 폭등시킨 주범으로 인식되게 함으로써 국민들의 분노를 이들에게 전가하게 된다(전강수, 토지의 경제학, p261 참조)
그러나 몇 년간 SH에서 지난 20년가까운 기간 사업지구의 분양원가를 공개했다고 해서 기존의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켰다는 증거는 없다. 현정부들어 신생아 특례대출, 부동산규제 지역 해제, 재건축 및 재개발 규제 완화 등의 실수요 부양 정책을 시행했음에도 부동산 가격이 침체되었다고 보는 것은 투기적 가수요가 붙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옳을 듯 하다.
분양원가 공개는 5천만 국민에 대한 투명한 정보제공이라면 몰라도 부동산값 안정 수단으로 사용될 수는 없다. 2025년도 집값이 어떻게 될 지에 대하여 부동산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의 전망이 많은데 "투기적 가수요"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 살펴보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한다.
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기회경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