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경제]누진세와 소득재분배 2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11.01 09:10 의견 0


1979~1990년까지 재임한 영국의 마거릿 대처 수상은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83%에서 40%로 낮추고 간접세를 늘렸다. 세금을 낮추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는데, 결과적으로 고소득층은 이익을 보았지만 저소득층은 손해를 보았다. 가장 극단적인 역진세는 1988년 시행한 인두세로 지방정부로부터 받는 서비스의 댓가라고 생각하여 모든 국민은 자산수준에 관계없이 인두세를 내도록 세제를 바꾸는 의욕적인 시도를 펼친 대처는 결국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고 1990년 임기를 끝내지 못하고 사임하고 만다.(프레시안 2013.4.17)

1951년부터 1963년까지 미국 최상위 구간의 소득세율은 ‘압류나 다를 바 없는’ 91%에 달했다. 극단적으로 높은 세율은 비합리적이기는 하지만 최상위층의 소득을 억제해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정부 시절인 1988년 이 세율은 28%로 뚝 떨어졌다. 성장의 핵심 동력은 민간 영역의 이윤 극대화에서 나오기에 세율을 최소화하고 정부의 주된 역할은 소유권을 옹호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이른바 ‘작은 정부론’이 힘을 얻던 시기였다. (중앙선데이 2021.4.10)

이른바 대처혁명과 레이건혁명이라고 불리우는 작은정부론을 앞세운 신자유주의적 개혁은 결과적으로 고소득층이 부담하는 최고세율은 낮아졌고, 간접세의 증가로 저소득층의 부담은 증가했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의 영향하에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경제와 금융 분야의 규제완화 결과 상위 금융 자산가들만 이익을 봤을 뿐, 하위 집단은 전혀 수혜를 입지 못하고 오히려 과도한 부채를 지는 경우가 허다했다(p207).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사회적 국가와 누진세가 어떻게 자본주의의 체제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 보여주는 것이다. 이 제도들의 완결된 형태는 바로 민주적 사회주의라고 할 수 있다. 분권화, 자주관리, 환경주의, 다문화에 기반한 민주적 사회주의는 지금의 사회보다 더 해방되고 평등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p210).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운동은 민주적 사회주의와는 확연히 다른 강령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국가에 의한 생산수단의 소유와 중앙집권화된 계획 체제가 핵심이었던 그 강령은 실패했고, 그 이후로 새로운 대안적 강령이 진정한 의미에서 그것을 대체한적이 없었다. 이에 비해 사회적 국가, 특히 누진세는 종종 자본주의의 근본적 논리를 전복할 수 없는 '소프트한'사회주의 형태로 인식되어 왔다(p211).

따라서 다음과 같은 여러 이유때문에 이것들을 바로 잡는게 시급하다.

첫째, 당연히 세금의 누진성 정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최고세율이 2%인 누진세는 최고 세율이 90%에 이르는 누진세와 같지 않다. 최고 세율을 성공적으로 적용하는 게 가능함을 보여주었지만, 이 중요한 역사적 교훈은 여전히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둘째, 누진세는 반드시 사회적 국가와 불가분의 관계로 보아야 한다. 앞에서 우리는 20세기에 사회적 국가의 형성이 부의 사회화라는 강력한 움직임으로 나타난 것을 보았다[1914년 이전에는 유럽 주요 국가의 세수가 국민소득의 채 10%가 되지 않았으나 1980~1990년대에는 40~50%에 육박했다](p212).

또하나, 20세기 동안 적용됐던 누진세 방식은 다양한 소득 계급과 자산 계급에게 좀 더 공정한 방식으로 세금을 분담시켰을 뿐 아니라, 세전 불평등을 강력하게 제한하는 역할 또한 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누진세가 이렇게 재분배 뿐 아니라 사전 분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이것이 생산과정의 핵심에 까지 개입하는 제도라는 뜻이다(p213).

마지막으로 사회적 국가와 누진세가 소득 불평등 감소와 특히 자산 불평등 감소에서 이룬 성과의 한계를 짚어보고 그것을 극복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앞서 우리는 1980년 이후 소득 격차가 확대된 원인 중 하나가 누진세의 고전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인센티브나 효율성을 내세워 이런 소득 격차를 정당화하기는 힘들다. 앞으로 좀 더 강력한 누진세가 다시 도입돼야 임금격차가 다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외에도 특히 교육 기회의 평등과 노동자들과 그 대표들의 협상능력 증대가 필요할 것이다(p213)

20세기 동안 평등과 인류의 진보, 번영을 가능하게 했던 제도들, 그중에서도 특히 사회적 국가와 누진세를 좀더 확대하고 심화시키는 게 불평등을 해소하고 소득을 재분배 하는 바로 그 길이다(p210)

※ 위 글은 「평등의 짧은 역사」로 2024년 번역 출간된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의 「​Une brève histoire de l'égalité」의 내용을 인용해서 작성했습니다.

※ 참고로 토마 피케티는 지난 20년 동안 불평등의 역사를 주제로 각각 1000쪽에 달하는 세권의 책들['20세기 프랑스 상위소득(2001)', '21세기 자본(2013)', '자본과 이데올로기(2019)']이 너무 방대해 독자들이 읽기 어렵다는 말에 요약해서 이 책을 발간했다고 적고 있다.

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기회경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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