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숙, 규제완화 했지만 부동산시장은 또 뒤틀려

-국토부, 이행강제금 유예, 주차대수 및 복도폭 대안 마련 등 규제완화
-일부 대책은 경기도의 성공사례 참조 및 경기도 제안 받아들여 시행
-문제 소지있는 상품들 남발해놓고 뒷북 땜질처방을 부동산 시장 왜곡

이주연 기자 승인 2024.10.18 15:47 의견 0
서울 도심 대표적인 생활숙박시설인 세운푸르지오 G-팰리스, 디블록그룹(옛 한호건설그룹)이 공급했다. 사진=디블록그룹

정부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있는 생활숙박시설(생숙)에 대해 땜질식 규제완화책을 내놔,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부동산 대책의 현주소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생숙은 처움부터 투기용 목적으로 사용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정부가 그런 상품을 내놓고, 결국은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선의의 분양자들이 지게된 마당에, 애물단지가 되면서 정부가 땜질식 처방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생숙은 외국인 장기투숙 수요자를 위한 상품인데, 그동안 대부분의 계약자들은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분양을 받았고, 그 내용을 국민 모두가 아는 상황에서 정부가 그동안 방치하다가 뒤늦게 규제완화에 나섰다는 것은 결국 불법을 조장하고 뒷처리를 해주는 뒷북행정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관광객용 숙박시설 확보를 위해 도입된 생숙은 2020년 급등한 집값을 잡기위해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수에 포함시키면서, 아파트 대체재로 간주되면서 공급이 크게 늘면서 공급 초과를 맞이하게 된 상품이다.

현재 전국 생숙은 18만8000실이며, 사용중인 곳이 12만8000실, 공사가 진행중인 곳이 6만실이다.

이번 규제완화의 주요 내용은 우선 숙박업으로 신고하지 않거나 오피스텔로 전환하지 않은 생숙에 대해 올 연말까지 부과가 유예된 이행강제금을 내년 9월까지 재연장해주는 것이다.

현재 숙박업 신고나 용도변경이 이뤄지지 않은 생숙은 사용중인 5만1649실과 공사중인 6만29실 등 약 11만2000실이다.

숙박업 신고 기준도 낮춰, 현재 30실 이상이거나 독립된 층이거나 건물 연면적의 3분의 1 이상일 때 숙박업 신고를 할 수 있는 것을 20실, 또는 10실 등으로 완화시켰다.

정부는 우선 숙박업 신고 기준을 낮춰 사용 중인 생숙의 합법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또한 오피스텔 용도 변경의 가장 큰 장애물이던 복도 폭과 주차장 규제도 완화했는데, 오피스텔 복도 폭 기준인 1.8m보다 좁은 1.5m의 생숙에 대해 피난시설 등 시설을 보완할 경우 용도변경해주기로 한 것이다.

또한 가구당 1대인 오피스텔의 주차장 기준에 크게 못미치는 면적 200㎡당 1대의 경우 외부 주차장을 확보하거나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더해 생숙의 입지상 주거시설 입지가 불가능한 지역은 기부채납을 전제로 지구단위계획 변경 가능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정부의 규제완화 배경으로 경기도의 적극적인 의견제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는 18일 자료를 통해 이번 생숙의 규제완화에 중요한 부분들에 대해 결정적인 제안을 했고 이 내용이 상당부분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용도변경을 원하는 생숙 소유자를 위해 전국 최초로 2024년 7월부터 입주자 동의요건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용도변경 가능여부를 검토해 안내하는 ‘생활숙박시설 용도변경 사전 검토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용도변경 기준완화 등 관련내용을 국토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생숙의 오피스텔 용도변경 시의 복도폭 완화 부분에 대한 제안도 국토부에 건의해 규제완화안에 포함됐다고도 발표했다.

이번 국토부의 규제완화 방안에는 숙박업 미신고 생숙이 많은 지역을 대상으로 지자체가 ‘생활숙박시설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용도변경을 지원하기 위해 컨설팅을 실시하는 내용도 포함했는데, 이는 경기도의 생활숙박시설 용도변경 사전검토제를 표준 모델로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번 규제완화로 인해 기형적인 오피스텔과 생숙이 나타나긴 해도 임시방편적으로 해결이야 되겠지만, 주거시설을 가지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구태의연한 정책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주거정책을 단기 임시방편 처방으로 하다보니 땜질식 주택시장이 됐고, 주거 불안이 지속되면서 부동산 시장 불안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금이나 과거에나 주택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하는 것인데, 공급과 관련한 규제가 심한 상황에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을 대체상품으로 자꾸 대체하다 보니 시장은 더욱 기형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오세준 평택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어느 시장이나 정상적인 가격과 균형점은 공급과 수요가 시장 원리에 의해 만나서 이뤄지는 것이다”면서 “공급은 수요가 있는 곳에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데, 수도권 특히 서울의 경우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보니 수요자들이 생숙에도 몰리고 오피스텔에도 몰리고 하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부동산시장이 왜곡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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