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 등 은행권이 미래 먹거리 마련을 위해 전망있는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나서 스타트업 업계에 새 바람이 일고 있다.
25일 국내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유력 시중은행들이 스타트업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멘토링, 오피스 제공은 물론 투자 유치 및 연계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함께 키운' 기술력으로 은행 및 비은행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내달 8일까지 '2024 스타트업 오픈 스테이지'에 참여해 범농협 계열사와 협업할 혁신 스타트업 모집한다.
모집 분야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데이터 △프롭테크 △금융서비스 △자금세탁방지 △네트워크 보안 등이다.
선정된 기업은 농협은행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NH오픈비즈니스허브'로도 선정돼 △범농협 계열사와의 협업 기회 △펀드 등 투자유치 기회 △NH디지털혁신캠퍼스 업무공간 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앞서 지난달 23일 신한은행은 그룹 금융계열사, 서울시와 핀테크 혁신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제3회 피노베이션 챌린지 : EXPANSION'을 진행해 6개 스타트업을 선발했다.
피노베이션 챌린지는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금융 시장을 선도할 예비 유니콘 핀테크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서울시와 신한금융그룹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핀테크 특화 오픈이노베이션이다. 이번 피노베이션 챌린지에는 205개 스타트업이 참가해 34:1의 경쟁률을 보였다.
본선에 선발된 6개 스타트업 중 신한금융그룹과의 협업 결과를 바탕으로 3개 우수기업을 선정해 △사업화 지원금(1000만원) △추가 투자유치 기회 △서울핀테크랩 또는 신한퓨처스랩 입주 △지속적인 협업 기회 등이 제공된다.
하나은행도 같은 달 16일 SK텔레콤과 손잡고 AI 유망 스타트업을 위한 'AI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2기'를 최종 선발했다.
AI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는 지난해 7월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 간 금융‧ICT 초협력을 통해 청년 창업기업 육성 등 신동반성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과 함께 추진되는 양사 미래 혁신을 위한 공동 사업이다.
최종 선발된 15개 스타트업에는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 내 총 162석 규모 사무공간 및 비즈니스 인프라가 무상으로 제공되며 △하나금융그룹, SK텔레콤과의 사업 협력 기회 부여 △하나금융, SK텔레콤 및 벤처캐피탈 멘토링과 투자 검토 △데모데이와 외부 투자설명회(IR) 행사 참여 등 다양한 성장지원이 약 12개월간 제공된다.
KB금융그룹은 7월 국내 스타트업 12개사를 'KB스타터스 싱가포르' 기업으로 선정해 육성 중이다.
KB스타터스 싱가포르는 2022년부터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시장 안착을 지원하기 위해 KB금융이 운영하는 기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선정된 스타트업에는 KB 글로벌 핀테크 랩을 통해 △싱가포르 내 업무공간 지원 △현지 엑셀러레이터 육성 프로그램 제공 △기관 네트워크 지원 △현지 벤처캐피탈(VC) 연계 투자 지원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KB금융 계열사와의 협업 △현지 기업과의 제휴 지원 등을 제공받는다.
은행권에서 스타트업 육성에 열을 내는 이유는 창의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차별화된 디지털 혁신을 이끌기 위해서다. 나아가서는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을 유니콘 기업으로까지 성장시켜, 은행 입장에서도 투자 성과를 거두기 위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이달 20일 외국인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하이어다이버시티'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이어다이버시티는 수도권 대학 81%와 제휴해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 체류 시 필요한 외국인등록증 발급 대행, 임대차·거소지 신고 등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인을 위한 행정서비스 플랫폼이라는 차별화에 우리금융그룹 유망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디노랩'에 선정된 바 있다.
앞으로 양사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 입국 후 신속하게 계좌 개설 등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우리은행 외국인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우리WON글로벌'을 소개해 다양한 생활편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최근 삼성 이재용 회장, LG 구광모 회장, SK 최태원 회장 등이 미국 실리콘밸리 등을 찾아 유망 스타트업들과 협업을 논의하는 등 스타트업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은행권으로도 번진 분위기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근래의 스타트업은 AI의 영향으로 과거와 달리 시행착오 기간이 짧아져 성과가 의외로 빨리 나오는 경향이 있어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훨씬 줄어들다보니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많이 늘었는데, 은행권 역시 그런 측면을 고려해 투자에 적극적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김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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