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입주를 앞둔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수도시민경제
가계대출이 폭증하면서 정부가 9월 1일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적용하기로 발표했지만, 수도권과 지방 간에 차등 적용하기로 하면서 서울 이외의 수도권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스트레스 DSR 2단계는 당초 7월부터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정부가 자영업자 눈치를 보느라 적용을 두달 늦춘 것인데, 그 사이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9월 적용에 있어 수도권 중심의 규제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20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방침에 따르면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는 스트레스 금리를 추가로 더 얹게 된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 금리에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미래 금리 변동성 리스크를 반영한 스트레스 금리가 붙으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은행권 주담대에 스트레스 가산 금리 0.38%포인트(p)를 적용하다가 2단계 조치(0.75%포인트 적용) 시행 시점을 7월에서 9월로 미룬 바 있다.
이날 발표에선 다음 달부터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 및 2금융권 주담대에 예정대로 2단계 조치를 적용하기로 하되,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서는 0.75%포인트가 아닌 1.2%포인트로 스트레스 금리를 대폭 상향 조정한다는 내용이 핵심으로 담겼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소득 5000만원 차주(30년 만기, 대출이자 4.5% 가정)가 변동금리로 대출받을 경우 스트레스 DSR 도입 전 한도는 3억2900만원이다.
그러나 9월부터는 수도권에서 주담대를 받을 경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적용돼 2억8700만원으로 한도가 4200만원가량 크게 줄어든다.
지방(비수도권)의 경우 3억2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어 한도가 약 2700만원 깎이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역별로 대출 한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연봉 1억원 차주가 30년 만기로 변동금리형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스트레스 DSR 도입 전 6억5800만원 대출이 가능했지만 9월부터는 수도권은 5억7400만원, 비수도권은 6억400만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 이외의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서울과 같은 기준의 가산금리 적용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 중심으로 뜨겁게 올랐지, 서울 외의 수도권은 비수도권과 큰 차이가 없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주택가격은 지난 3월 보합세를 보인 이후 4월 0.09%, 5월 0.14%, 6월 0.38%, 7월 0.76% 상승해 상승세를 크게 키우고 있다. 반면 인천은 4월 -0.05%에서 5월 0.07%로 상승반전 한 후 6월0.14%, 7월 0.21% 상승했다. 경기도는 5월까지 하락세를 보였다가 6월부터 상승 반전했다. 5월 -0.08%, 6월 0.07%, 7월 0.21% 상승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제외하면 경기도와 인천은 전국 평균 흐름과 비슷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국은 5월 -0.02%에서 6월 0.04% 올라 상승전환 한데 이어 7월 0.15% 상승했다.
이번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에서 서울과 경기·인천을 한데 묶어 규제를 강화한 것에 대해 서울 이외의 수도권 지역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 집값은 이미 전고점을 뚫거나 근접한 수준에 올라와있는 데 반해 서울 외의 수도권은 지난 2~3년 간의 집값 조정 이후 20~30% 하락한 채 머물러 있는 집들이 수두룩 한 데 서울과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수도권 이외의 지역으로 집값 상승 흐름이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 부동산을 규제하면서 수도권으로, 지방으로 집값 상승세가 옮겨 붙었기 때문이어서 이번 역시 그러한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평택대학교 부동산학과 오세준 교수는 “정부가 늘 편하게 지역을 구분해서 정책을 펴는데, 부동산별로 고가냐 저가냐 등을 따져서 구분하는 좀 더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지역으로 나누다 보니 항상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풍선효과를 잡으려고 하면 다시 두더지잡기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