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는 2018년 지방의회의 비리 등을 방지하기 위해 지자체가 지방의회를 감사하도록 규정을 개정하고 감사 시행을 의무화 했지만 감사 시행은 답보상태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지 30여년이 지나 지방자치제도가 성숙기에 들어섰지만, 오랜기간 감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시의회가 투명성과 도덕성 측면에서 많은 비난을 받는 등 지적이 나오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모든 정부의 예산은 국민 세금인 만큼 세금을 쓰는 곳은 예외 없이 감사를 받아 투명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지방 의회들은 오랜 기간 감사의 사각지대에서 무소불위의 지방권력을 배경으로 비리의 온상이 돼버렸다.
이러한 지방의회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가 그동안의 비리 적발사례를 근거로2018년 3월 ‘지방의회 예산집행 사후관리 강화’ 권고안을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 27조 규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권고한 바 있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지방의회 감사는 답보상태다.
이 권고안에 따르면, 그동안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지방자치법’, ‘감사원법’ 등 관련 법령에도 불구하고 자체감사와 외부감사에서 제외되는 등 사각지대로 방치된 지방의회사무기구를 정기적으로 감사하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러한 지방의회에 대해 감사를 법제화해서 시행을 의무화한 배경은 지방의회의 심각한 부패사례 적발 내용이 위험수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권익위가 적발한 부적정 행태 사례는 부지기수다.
[사례1] 00도의회 운영위원장은 1년동안 업무추진비 집행이 제한된 공휴일과 심야시간에 정당한 사유없이 265만원 사용.
[사례2] 00광역시의회 부의장은 1년간 자신이 대표로 있는 음식점에서 업무추진카드를 39회에 걸쳐 1420만원 사용.
[사례3] 00시의회 의장은 동료 명절선물 제공 명목으로 9만9000원 상당의 화장품세트 21개, 208만원을 업무추진비 카드로 결제.
[사례4] 00시의회 의장 등 10명은 자매도시인 말레이시아 초청으로 3일 출장을 6일로 늘려 의정활동과 관련이 적은 공공청사 및 현지 관광지 등 방문.
[사례5] 00시는 지방의원 1인당 조례에 따라 지급한 의정활동비와 별도로 휴대전화·태블릿PC 사용요금, 교통비 명목으로 연간 1인당 459만원을 초과지급 하는 등 5년간 1610만원을 부당하게 지급.
[사례6] 00도의회는 법적 근거 없이 의원들의 동호회(축구, 골프, 승마)에 2년에 걸쳐 해외활동비, 회식비, 사적물품 구입등으로 43회에 걸쳐 7299만원 부당 지원.
[사례7] 00군은 군의회의 감사의뢰에 따라 감사한 결과 의회 사무과 회계담당공무원 김모씨가 약 1년 간 허위 지출서류를 꾸미거나 직접 현금을 인출하는 방법으로 1억1000만원의 공금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고발. 등 비리 사례는 부지기수다.
이와 같이 다수의 비리가 적발되자 권익위가 2018년 3월 각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한 지방자치단체 감사규칙에 감사대상에서 그동안 빠져있던 ‘의회사무기구’를 포함시켰다. 과거 감사대상으로 시의 본청, 직속기관·사업소에서 시의 본청, 직속기관·사업소 및 의회사무처(국·과)로 대상을 넓혔다.
243개 지방자치단체 중 지자체 감사규칙에 의회사무기구를 이미 포함시키고 있는 76개 이외의 167개 지자체에 개정된 감사규칙을 전달했고, 243개 전체 지자체에는 ‘자체 감사계획에 따라 의회사무기구 포함 재무감사 등 실시 의무화’를 요구했다. 이행 시한은 2019년 2월이었다.
그러나 권익위의 시한인 2019년 2월에서 5년6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지방의회 감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고, 감사 현황이나 실태에 대한 통계적 정보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현재 지자체들은 지방의회 감사를 규정대로 실시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규정은 개정해놓고 감사는 하지않는 곳이 있고, 아예 규정 자체를 개정하지 않고 버티는 곳이 상당수다.
권익위 권고 이후 안양시는 2019년 규정을 개정해 감사대상에 의회사무기구를 포함시키기는 했지만, 여태까지 의회에 대한 감사는 커녕 계획 자체도 세워본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양시 등은 그래도 규정이라도 바꿔놨지만, 상당수 지자체는 감사 대상에 의회를 포함시키는 규정조차 만들지 않고 버티고 있어서 지방의회가 투명성을 갖추기에는 아직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방의회의 감사에 적극적인 지자체도 있었다. 충청북도 괴산군의 경우 매 3년마다 의회사무과를 감사하고 그 결과를 군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괴산군 감사과 담당자는 “2022년 의회의 인사권이 분리되기 전에는 당연히 시의 조직으로서 감사를 실시했고, 의회 인사권 독립이 된 이후에도 같은 기준으로 감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최근 2023년에도 감사를 했으니까, 다음 감사는 2026년으로 예정돼있다”고 말했다.
권익위도 지방의회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다각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 2023년 청렴도 조사 대상으로 전국 92개 지방의회를 포함시킨 데 이어, 올해 연말 발표예정으로 현재 평가 중인 2024년 종합청념도 평가 대상기관에는 243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방의회 전부를 전수평가 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시민은 “지방의회가 구성된지 30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정부 예산을 사용하면서 감사를 받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크다”면서 “지방의회가 지방정부에 대해 업무감사 등 감시기능을 갖다 보니 견제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관례적으로 국민의 세금을 쌈짓돈 쓰듯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예산을 집행했다면 감사를 기피할 이유가 전혀 없고 오히려 떳떳할 기회를 갖는 것인데 감사를 기피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김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