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변 고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수도시민경제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경기 회복으로 지난 2년 간 국제 원자재가가 상승행진을 이어왔지만, 최근 경기침체로의 전환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원자재가가 하락으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아파트 매매가와 분양가 상승의 주범이었던 공사원가가 하락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동안 건설현장에서는 공사원가 상승으로 조합과 건설사 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여러 정비사업장에서 공사중단 현상이 속출하고 공사기간도 늘어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공사원가 상승은 아파트 분양가도 끌어올려 1년 간 서울 수도권은 20% 이상 분양가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최근 국제 원자재가 하락 추세가 본격화되고, 하락폭 역시 커지면서 국내 건설현장 공사원가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 원자재 하락의 원인은 중국과 미국이 경기 침체에 접어들었거나 접어들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2~2023년 원자재가 하락에는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 위축과 러·우 전쟁 등으로 공급체계 붕괴가 원인이었는데, 최근 미국과 중국 경기가 가라않는 등 수요 요인이 부진해지면서 원자재가 하락세가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먼저 2022년 말 최고가를 기록한 리튬·니켈 등 희소금속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성장 일로를 걸을 것으로 전망된 전기차 시장이 오히려 축소되면서다. 2022년 10월 t당 59만7500위안까지 오른 리튬 가격은 이듬해 4월 4분의 1인 17만2500위안으로 떨어졌다. 이후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전기차 시장 둔화를 이기지 못하고 12일 7만7500위안으로 하락했다.
철·알루미늄 등 산업 금속은 지난해 말 중국 부동산 위기의 여파를 정통으로 맞았다. 세계 최대 철강 소비국인 중국에서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등 부동산개발업체들이 연쇄 도산한 이후 철·철광석 가격은 줄곧 하락하고 있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 1월 t당 144.16달러에서 이날 101.26달러로 29.75% 떨어졌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필수 소재로 각광받으며 올초 가격이 급등한 구리도 중국 수요 부진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파운드(1파운드=0.464㎏)당 3.64달러에 거래된 구리 가격은 5월 5.11달러까지 올랐으나 이날 다시 3.96달러로 내려왔다.
중국 내수 부진은 농산물 가격도 끌어내리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대두 가격은 올 들어 20% 하락해 부셸(1부셸=27.21㎏)당 10.18달러를 기록했다. 대두 수요는 주머니 사정이 열악해진 중국인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면서 급감하는 추세다. 대두는 주로 분쇄돼 돼지 사료로 쓰인다. 역시 돼지 사료로 주로 쓰이는 옥수수 가격도 한 달 동안 7.18% 떨어지며 부셸당 3.75달러를 나타냈다.
밀 가격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흔들린 공급망이 회복되면서 내림세를 걷고 있다. 2022년 5월 부셸당 11.68달러까지 치솟은 밀 선물 가격은 이날 5.36달러로 떨어졌다. 마이크 맥글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수석원자재전략가는 “에너지 및 농산물 공급 증가, 중국 수요 둔화 등은 견고한 가격 역풍 요인”이라며 “지금은 원자재 약세장”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같이 국제 원자재가 시장이 하락흐름으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국내 부동산 시장 불안요인으로 대두된 공사원가 상승세가 그치고 하락으로 돌아설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사원가 상승은 분양가에도 그대로 반영돼,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올해 7월 3.3㎡당 4190만4000원으로 전년 3474만원 대비 21%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2022년 2798만원으로 전년 대비 24.2% 상승한 바 있다. 결국 원자재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한 2년 동안 아파트 분양가는 49.7% 상승한 결과로 나타났다.
그동안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면서 조합과 시공단의 갈등으로 공사중단 사태를 겪은 현장은 부지기 수다. 대표적인 단지가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를 재건축 한 올림픽파크포레온으로 공사비 갈등으로 6개월 가량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반포 주공1단지 1,2,4 주구, 장위 6구역 등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건설현장이 공사중단 홍역을 겪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원자재가 폭등으로 건설사들이 아파트 공사 수주를 거부하는 등 아파트 공급 부족의 원인이 돼왔는데, 국제 원자재가 하락으로 이와 같은 현상은 진정되고 분양가도 내려가면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정부는 이러한 원가 변동분을 반영해 분양가 하락을 유도하는 데 힘을 써서 집값 상승요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