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사진=LH

지난 2021년 터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3기신도시 땅투기 사건에 이어, 지난해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면에는 LH 임직원들의 갑질놀이를 통한 돈벌이 방식이 있었다. 이번 기회에 LH의 근본적인 수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이른바 '순살아파트' 논란을 불러온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이 LH임직원과 전관들과의 뇌물 및 향응 수수로 인한 봐주기식 전관 특혜 때문이라는 감사원의 감사보고서가 공개됐다.

지난 8일 감사원이 공개한 'LH 전관특혜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LH 자체 조사에서 무량판 설계 오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17개 지구를 대상으로 LH가 구조설계 감독을 적정하게 했는지 점검한 결과 16개 지구에서 건축구조설계 단계부터 오류가 발견됐다.

2개 지구, 229개 기둥에서는 구조설계 과정에서 건축구조설계 업체가 전단보강도면 작성 자체를 누락됐다. 전단보강도면은 전단보강근 설치 방법 등을 나타낸 도면을 뜻한다.

감사원은 설계오류와 함께 시공오류도 곳곳에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LH 자체 조사에서 무량판 시공오류가 확인된 7개 지구를 점검한 결과 7곳 모두에서 LH가 시공감독을 소홀히 해 부실시공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9개 지구 건축사무소들이 하도급 대금을 실제 지급액보다 많이 지급한 것처럼 은행 거래내역을 변조해 LH에 제출한 점도 파악했다. 이 가운데 4개 지구에서는 하도급 대금을 준 뒤 일부를 되돌려 받아 이익을 남겼다.

감사원은 설계와 공사 감독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LH 직원 3명은 경징계 이상 문책을 요구했다. 하도급과 관련해 문제가 된 17개 건축사무소는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했다. 지급증빙 변조 혐의가 있는 3개 업체는 대검찰창에 수사도 요청했다.

이러한 부실공사 이면에는 LH와 LH 출신의 전관업체간의 깊은 유착관계 속에 뇌물과 향응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관 직원들의 LH 임직원에 대한 지속적인 국내외 골프 향응 접대, 상품권 제공, 현금 수수 등 밝혀진 것만해도 엄청나다.

LH의 직원 ㄱ씨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10회에 걸쳐 현금 4천560만원을 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자신의 계좌에 입금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부친이 매년 명절 때마다 자신에게 준 현금을 자택에 보관했다고 둘러댔다. 또한 2019∼2023년 LH에서 퇴직한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전관들과 4회에 걸쳐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으로 골프 여행을 하기도 했다.

LH 임직원들은 향응의 대가로 벌점을 면제해준다거나 기준 미달 전관업체에게 품질우수통지서를 발급해주기도 했다.

업체로부터 받은 상품권으로 명품 가방을 사고, 2년 간 32회 골프접대를 받기도 하고, 해외 골프투어에 다녀오는 등 갑질의 끝판왕 모습을 보이면서 돈을 벌어들였다.

2021년에는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광명·시흥 3기 신도시에 땅 투기를 한 직원들이 무더기 수사를 받고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LH 광명·시흥 사업본부에서 도시개발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ㄴ씨는 2017년 3월 업무상 취득한 비밀 정보를 이용해 지인 등 2명과 함께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4개 필지 1만7000여㎡를 25억원에 매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ㄴ씨 등이 매입한 토지는 2010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가 2015년 해제됐다. 이후 특별관리지역으로 관리되다 2021년 2월 3기 신도시 개발예정지로 선정됐다. 이로 인해 ㄴ씨 등이 25억원을 주고 사들인 땅은 2021년 4월 기준 100억원 넘게 올랐다. 결국 ㄴ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LH 내부회의에서 나온 정보로 이전까지 추진되던 '유보지를 제외한 취락정비구역에 대한 환지방식의 개발'과 다른 새로운 정보로 ㄴ씨가 비밀에 해당하는 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땅을 매입해 이익을 취득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LH 임직원들의 갑질은 건설업계에서는 유명하다. LH가 갑질을 하는 가장 큰 배경에는 LH가 발주하는 아파트 공사의 공사단가가 업계 최저 수준이라는 것이다. 건설사들이 LH 발주 공사를 수주해봐야 정해진 계약서대로 공사를 할 경우 대부분 적자를 보는 구조다.

결국 건설사들이 조금이라도 이익을 남기려면 중간에 설계변경을 통해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LH의 갑질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 때 건설사에 LH 출신이 있느냐 없느냐가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전관에 대한 역할을 충분히 주는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순살아파트에서의 감리 문제 역시 현재 민영아파트의 경우 감리인 선정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하게 돼있는데, 유독 LH 발주 아파트 공사에 대해서만 감리 지정이 LH 자체적으로 하게 돼있다는 것이다.

LH가 막강한 권한을 다 가지고 있다 보니 비리가 자연적으로 발행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LH에게 토지와 건축을 한군데 몰아준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이어서 “그리고 발주와 감리를 한 곳에 몰아주니 견제세력이나 감시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밖에 없어 자연적으로 권력 행사 과정에서 비리는 음성적으로 발생하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