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고급 아파트 단지들 전경. 사진=수도시민경제
정부가 빠르면 이번 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택공급 대책에 대해 기대 보다는 벌써부터 실효성 측면에서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8월 주택공급대책을 오는 15일 전까지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빠르면 이번 주 내에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대통령실도 15알 이전에 주택공급 관련 정부의 합동대책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급대책의 내용에 대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비사업 촉진, 비아파트 규제완화 등을 주요 대책으로 꼽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정부는 지난달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공공 매입임대주택을 내년까지 현재 계획된 12만 가구보다 1만 가구 더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공급대책에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2029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급하기로 한 총 23만6000가구 규모의 3기 신도시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내용과, 수도권 신규택지 2만가구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LH의 올해 사업승인목표인 10만5000가구와 주택 착공목표 5만가구 공급계획 역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사업승인 및 착공·준공·입주 등 공급 관련 전 단계를 밀착 관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촉진을 위한 새 대책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정비사업에 있어서의 최대 걸림돌인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 해 추진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애물단지화 된 연립·다새대 등 빌라에 대한 대책도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빌라에 대한 주택수 산정 여부와, 세제혜택, 그리고 현행 126%인 전세금반환임대보증금 보증가입 기준에 대한 조정 여부도 관심사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부의 이번 공급대책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단 부동산 시장에 매수세 유입이 빠르게 늘고 있고, 서울에서부터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수도권 전반으로 번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현재의 고분양가가 매매가를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에, 지금 내놓는 공급대책이 당장의 집값을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결국 책임회피용 보여주기식 공급대책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정부의 주택공급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이런 사태를 불러왔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초에만 해도 정부는 현재까지의 주택공급에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현재의 집값 상승 흐름은 추세적 상승이 아니라면서 주택 공급 수치를 제시했는데 이를 두고 통계의 마사지란 말이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아파트 착공은 전국 기준 9만2000가구로 전년 동기(6만1000가구) 대비 50.4% 증가했다. 수도권은 전년 동기(3만5000가구) 대비 63% 증가한 5만7000가구가 착공했으며 서울의 경우 5월까지 1만가구가 착공돼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문제는 국토부가 주택공급 기준을 그동안 사용한 인허가가 아닌 착공으로 바꿔 발표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목표치로 삼은 주택공급 270만구 물량은 인허가 기준이어서 비교에 모순이 생긴다.
착공실적과 달리 인허가 실적이 부진하다보니 정부가 의도적으로 착공실적을 들고나왔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주택은 인허가 이후 3∼5년, 착공 이후 2∼3년 후에 준공돼 입주가 이뤄진다.
올해 1∼5월 인허가 물량은 12만5974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4.1% 감소했다. 같은기간 수도권 주택 인허가는 5만123가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8% 감소한 수치다. 연간 목표 물량인 54만 가구를 달성하려면 연말까지 40만가구 이상 인허가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수도권에서만 25만가구의 인허가가 필요하다. 지난해 주택 인허가 물량 역시 42만9000가구로 당초 정부의 연간 목표치(54만 가구)의 80% 수준 달성에 그쳤다.
여기에 더해 수치의 마사지 의혹도 받는다. 지난달 같은 관계장관회의에서 박 장관은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약 3만8000가구로 충분하다고 발표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과다한 집계라는 지적이다. 이 수치 속에는 상당수의 공공임대주택이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이 중 청년안심주택 8765가구, 공공임대주택 2539가구, 공공기여 임대주택 1772가구 등을 빼면, 2만 5000가구에 못미친다는 계산이다. 내년 입주예정 물량도 정부가 주장하는 4만8329가구보다 크게 줄어든 3만2306가구가 된다.
여기에 민간 부동산 연구소들의 서울 입주물량 산정은 더 낮아서 실제 부동산 시장의 심각성을 정부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대책 마련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통계수치가 정확하지 않은데 좋은 대책이 나올리 만무라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그동안 정부가 온갖 규제를 풀고 청책금리 등으로 집값을 부양해놓고 이제와서 공급대책을 내놓는다고 하니 전시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면서 “주택공급은 취임 첫해부터 꾸준히 문제 해결을 해나가면서 공급을 서둘렀어야 최소 2~3년 후부터 효과가 나타나는 것인 것 이제와서 3기신도시나 정비사업 속도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모습이어서 앞으로 윤 정부 부동산 시장이 불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