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이 지난 9월 18일 2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박삼구 금호그룹 전 회장이 그룹이 침몰하고 수년 째 이어지는 재판 스트레스로 최근 공황장애를 앓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과 함께 안타까움을 던져주고 있다.

1945년생인 박 전 회장은 지난 9월 18일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1심에 비해 형량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는 바람에 재판 스트레스는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금호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이러한 재판 스트레스로 인해 공황장애가 발생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은 금호그룹 계열사 자금 3300억원을 인출해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인수대금에 사용한 혐의,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에 저가 매각한 혐의, 스위스 게이트그룹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저가 매각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에서는 대부분 유죄가 인정돼 징역 10년을 받았지만, 2023년 1월 2심 재판과정에서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던 중 지난 2심에서는 혐의 일부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 판결까지 최종적으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2002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후 2006년 대우건설과 2008년 대한통운 등을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10조원을 동원한 것이 발목을 잡아 2009년 금융위기 직격탄 속에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고, 이를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금호산업을 되찾아오기 위해 불법 및 편법 수단을 사용하다가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된 것이 스트레스의 큰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과의 다툼 속에 석유화학부문이 그룹에서 떨어져 독립한 후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은 호실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데 반해 자신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제 고속과 건설만을 남긴 채 쪼그라들면서 상실감은 가중됐을 것이다.

금호그룹의 승계절차는 형제간 회장 승계원칙이 있었는데, 박삼구 전 회장이 2010년 동생 박찬구에게 승계해야 하는 것을 어기고 아들 박세창 현 금호건설 부회장에게 승계하면서 그룹 승계 원칙을 깨면서 가족간의 갈등도 심화됐다.

공황장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나 육체적 피로 누적으로 알려졌는데,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신과 전문의 진단을 통한 약물치료를 장기적으로 해야한다.

박 전 회장의 병세를 악화시킨 원인으로 금호그룹 내 유력 기업인 금호건설과 지주사인 금호고속의 지난해 대규모 적자도 거론된다.

금호건설은 지난해 매출 1조 9142억원에 1818억원의 영업손실과 228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금호건설은 부실 부분에 대한 빅베스를 했다는 해명이다.

금호건설은 올해 들어서 다시 흑자로 돌아서 연말 기준 400억원 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도 업계 최고 수준의 부채비율이다. 올해 9월 현재 부채비율은 568.43%다.

지주사인 금호고속의 상황도 개선되고 있지 않아 금호고속 지분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박 전 회장의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금호고속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총이익 –448억원과 금호건설로 인한 비지배주주지분순이익 –1288억원 등을 합해 영업이익은 –1745억원을 기록했다.

지주사인 금호고속 자체적으로도 매출손실이 엄청나게 발생하고 있는 구조다.

그룹이 재계 60위 권 밖으로 밀려나다 보니 박세창 부회장이나 그의 부인인 김현정 씨도 오너그룹 모임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특히 박 부회장의 부인인 김현정 씨는 재벌 2, 3세 부인들 모임에서 빠지면서 스트레스가 많아 한국을 떠나 필리핀에서 생활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이 억지로 말려서 국내에 머물기로 했지만 스트레스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김현정 씨는 박 부회장과 중학교 동창으로서 대부분 정략결혼을 해온 금호가 사람들과는 달리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은 서울에서 상당한 규모의 땅을 가지고 있던 태능의 갈비집 주인이었는데 갈비집 근처 부지를 매각해 투자한 부동산 가치가 엄청난 것으로 상당한 재산가로 알려졌다.

산업계 관계자는 “박삼구 전 회장이 2002년 그룹 회장에 오른 이후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은 2006년 대우건설을 6조6000억원에 인수하고 2008년 4조원을 들여 대한통운을 인수했는데 마침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한 것이 그룹 쇠퇴의 원인이 됐다”면서 “여기에 2010년 65세 되던 나이에 회장직을 동생인 박찬구 현 금호석유 명예회장에게 넘겼다면 화학이 벌어들이는 돈으로 재기를 할 수고 있었는데 무리하게 자신의 아들에게 승계하는 바람에 그룹의 처지가 더욱 어렵게 돼 그런 결과들이 공황장애라는 병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