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딥시크를 창업해 오픈AI를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한 딥시크 량원펑.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중국의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지난주 11일 폐막했다. 미·중 패권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관세전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양회의 분위기에 긴장감이 돌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미국과의 신경전에 따른 비장함은 보이지 않고 AI와 로봇 등 온통 미래기술 치켜세우기 잔치로 끝난 분위기다.

오히려 트럼프의 관세폭탄으로 칼자루를 쥔 미국의 분위기가 더 비장하고 긴장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최대 정치 및 경제 정책 결정회의인 양회의 분위기를 비장함에서 여유로움으로 바꾼 주인공은 바로 지난 1월 오픈AI를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한 1985년생 량원펑의 딥시크다.

그동안 첨단 IT 및 AI 관련 기술은 미국이 독점을 하고 있고, 중국은 원천기술을 모방해 짝퉁으로 먹고사는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갑자기 저비용 고성능 AI를 발표하면서 기술에서도 미국과 맞서는 위치에 서게된 것이다. 엄청난 돈이 들어가야 한다는 AI의 패러다임을 일시에 바꿔버린 것으로 평가받는 사건이었다.

리창 국무원 총리가 시진핑 주석에게 보고하는 2025년 업무보고의 주요내용에서는 미국과의 관세를 비롯한 패권전쟁 주제는 사라지고, 그 대신 AI, 6G, 휴머노이드, 로봇, AI탑재 스마트폰과 PC 등 미래기술 일색이었다. 미국에 대한 언급은 “미국의 관세폭탄에 단호히 맞대응하겠다”는 강경대응 태도를 재확인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제는 미국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노골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중국이 첨단 과학기술 발전과 관련한 예산을 대폭 책정한 것도 눈에 띈다. 중국은 올해 과학기술 예산을 우리나라 돈으로 약 250조원으로정해 전년대비 8.3% 늘렸다.

이번 양회의 관심사항 중 하나인 민영경제촉진법은 통과되지 못했지만, 세부적인 조정작업을 보완해 늦어도 올해 6월 이전에는 공표될 가능성을 보였다.

민영경제촉진법이 통과될 경우 중국 민영기업들의 자율적 권리가 크게 확장되면서 첨단기술의 발전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만년 저가 짝퉁 국가로 알려진 중국에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길래 잠깐 사이에 이런 일이 생겼을까? 그 원인을 중국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문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중국 명나라때 만들어진 대표적인 격언집인 ‘증광현문’에는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장강의 앞물결은 뒷물결에 의해 밀려난다)란 말이 나온다. 이 말은 북송 때 시인 유부의 작품집 ‘청쇄고의’에도 인용된 인용구인데, 결과적으로 북송 훨씬 이전부터 중국인들의 가슴에 새겨진 격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금도 어머니들이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이 격언을 들려주면서, 새로운 물결이 앞의 물결을 밀어내는 것이 세상의 이치임을 깨닫게 해준다고 한다.

장강후랑추전랑이란 문구 뒤에는 여러 말이 따라오지만, 가장 많이 따라오는 말은 세상신인간구인(世上新人趕舊人, 한 시대의 새 사람이 옛사람을 대신한다)이다.

즉 장강은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이, 세상은 새사람이 옛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이치다라는 의미인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문화가 오늘날의 비약적인 기술 발전의 기반을 만들었고, 그 결과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오픈AI인 딥시크 R-1을 세상에 내놔 오픈AI CEO인 샘 올트먼을 당황하게 만든 량원펑은 1985년 생으로 이미 주식투자 전용 AI프로그램을 많은 돈을 벌어들인 후 인공지능 전담부서를 만들었다가 2020년 대 들어서 딥시크로 독립시킨 후 약 2년 만에 오픈AI를 세상에 내놓게 된 것이다.

딥시크는 중국 항저우에 있는데, 항저우에만 딥시크 같은 스타트업이 1000개나 있다고 한다. 결국 시진핑의 중국이 미국의 압력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새물결을 일으키는 스타트업들의 기술력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미국의 역사 역시 이와 비슷했다. 실리콘밸리가 탄생한 1930년대 후반, 미국은 대공황 이후 경제를 간신히 추스르는 상황에서 젊은 인재들이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으로 실리콘밸리에 몰려들면서 미국을 기술강국으로 만들었다.

1939년 스탠포드대 재학중인 휴렛과 패커드가 창고를 빌려 창업한 후렛패커드, 1976년 대학 1학년을 다니다 그만두고 21살 나이에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 등이 대표적이고 이후 미국의 기술은 실리콘밸리가 주도하게 됐다.

2000년에 피터 틸이 주축이 돼 창업한 핀테크 기업인 페이팔 공동 창업자들은 현재 실리콘밸리를 주도하는 세력으로 자리잡았다. 피터 틸은 팔란티어를 창업했고,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를 창업해 세계 전기차시장을 이끌고 있다. 데이비드 삭스는 트럼프 정부의 AI·암호화폐 차르의 자리에 앉았고, 스티브 첸과 채드 헐리는 유튜브를 공동 창업했다. 그들 대부분이 30대에 페이팔 창업에 뛰어들었다.

실리콘밸리라는 새 물결이 미국의 오늘을 기술강국으로 만들고 지속시키는 것처럼, 중국은 항저우밸리라는 새 물결로 중국을 기술강국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

대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나라를 무겁게 만들어 숨쉬기도 어려운 기업문화를 만들면서 이제 기술력에서 중국에도 밀리는 우리나라가 많이 반성하고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 물결이 밀어내면 앞의 물결은 어쩔수 없이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것을 거부하면 홍수가 나고 새물결은 더 이상 새물결이 아닌 것이 된다. 정부가 할 일은 새물결의 물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