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윤석열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이 사용하는 삼청동 안가 공사를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 배경과 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건설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 리모델링과 안가 복원을 성공적으로 완성해 대통령 부부의 신임을 얻으면서, 당시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이 건설업계에서는 유일하게 대통령 방미에 동행하고 이후 10조원에 달하는 가덕도 신공항 공사를 수의로 수주하면서 윤 대통령의 특별한 배려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현대건설의 개입 여부와 관련 여러 의혹이 있었지만, 지난 1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지난해 말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된 현대건설의 이한우 부사장이 공사 사실을 인정하면서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날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에게 “한남동 관저와 삼청동 안가에 리모델링 공사를 한 것이 맞냐?”고 묻자 이대표가 “증인 채택 이후 확인해본 결과 공사를 저희가 한 것이 맞다”면서 “보안각서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몰라 확인해보겠다”고 답변했다.
또한 이 자리에 나온 윤영준 전 현대건설 사장과 박 모 현대건설 책임매니저에게도 공사 여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고 이에 대해 윤 전 사장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고, 박 모 매니저 역시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당시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던 윤영준 사장이 주도해서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리모델링 했고, 이 후 삼청동에 있는 5개의 안가에 대한 복원 및 리모델링 공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이어서 윤 전 사장이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많은 내용을 알고 있는 국민의힘 한 인사는 당초 한남동 관저 리모델링 공사에 대해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후원업체인 ‘21그램’이 수주해서 공사를 진행했지만, 완공시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시공상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 자칫 공기를 맞출 수 없게 되자, 2022년 당시 대통령실 김 모 비서관이 나서서 한국주택협회 회장 대행업무를 맡고있는 국토부 출신인 상근부회장과 상의를 했고, 한국주택협회 회원사 중 가장 실력이 있다고 본 현대건설의 윤영준 사장을 소개했다는 것이다.
결국 윤 사장이 특별 팀을 구성해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공기 내에 무사히 완성하면서, 윤 사장은 김 여사는 물론 대통령의 신임을 얻게 되고, 이 후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 이후 궁정동 안가는 폐쇠됐지만 나머지 방치돼있었던 삼청동 안가 5개에 대한 복원 및 리모델링 공사 역시 현대건설이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안가는 윤 대통령이 술을 즐기면서 사람들은 만나기 위한 장소로 쓰기 위해 복원한 것이었는데, 이 중 2곳은 김 여사가 사용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알려져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안가는 궁정동 안가에 더해 삼청동에 5개의 안가가 있었지만, 1979년 박 전 대통령이 궁정동 안가에서 피살되면서 궁정동 안가는 완전히 폐쇄시켰고, 나머지 삼청동 안가들은 그대로 방치돼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대통령 관저 공사 마무리 단계인 2022년 9월 윤영준 당시 현대건설 사장은 한국주택협회 회장에 선출되고, 그로부터 한달 반 후인 11월 8일 윤 대통령 부부는 한남동 관저 공사 준공과 함께 입주를 하게 되고 이어서 삼청동 안가 5개 복원도 완성시킨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대통령의 안가까지 복원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윤 전 사장에 대한 김 여사와 대통령실의 신임이 높아지게 되면서,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방미 일정인 2023년 4월에 동반한 경제인 중에서는 건설업계에서 현대건설 윤영준 전 사장이 유일하게 동행하는 특혜를 누리기도 했다.
이 후 대통령실 김 모 비서관은 2023년 6월 국토교통부로 옮겨 국내 건설 및 부동산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고, 윤 전 사장과의 케미를 이루게 됐다는 것이 업계에 알려진 얘기임과 동시에, 현대건설에 정통한 인물의 설명이다.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과 윤 대통령실과의 인연으로 현재 본계약을 앞두고 있는 부산 가덕도신공항 수주로까지 연결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공사비 10조원에 달하는 이 공사는 입찰 과정에서 현대건설 컨소시움 단일 입찰로 유찰됐다가 2연속 유찰 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수의예약을 앞두고 있다.
당초 이 공사 입찰과 관련해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대우건설이 중도 포기하고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합류하면서 경쟁구도가 깨지고 결국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수의로 계약하게 된 것이다.
대형 종합심사 공사 입찰에서 과당경쟁이 일어날 경우 수주를 해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아 수의로 계약을 하게 되면 이익이 확보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것이고, 반면 업계에서는 1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공사를 수의로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국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현대건설(25.5%), 대우건설(18%), 포스코이앤씨(13.5%)를 주축으로 금호건설, HL D&I한라, 코오롱글로벌, 동부건설, KCC건설, 쌍용건설, 한양, 효성중공업이 각각 4%의 지분을 보유한 연합군으로 꾸려졌고, 이 외 부산·경남 지역 건설업체 14곳이 숟가락을 얹어 11%의 지분을 챙겨갔다.
현재 윤영준 전 사장은 지난해 말 사장에서 고문으로 물러났고, 한국주택협회장은 올해 9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다.
건설업계 한 임원은 “현대건설 뿐만 아니라 많은 건설사들이 정부 특히 정권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체질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대통령 측에서 손을 내밀 때 그 손을 거절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런 변칙적인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쇄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