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은 2024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도량발호(跳梁跋扈)를 선정했다. 권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뛰는 행동이 만연함을 뜻하는 말로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이 민생은 뒷전이고 당리당략만을 위해 권력을 쓰는 모습을 지적한 것이다. 사진=교수신문

지난 9일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도량발호(跳梁跋扈)를 선정했다. 권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뛰는 행동이 만연함을 뜻하는 말로서, 기성 사자성어는 아니고 후한서 양기열전에 나오는 도량과 발호를 모은 신조어다.

교수신문은 2024 올해의 사자성어 선정 배경에 대해 “권력자는 국민의 삶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는 데 권력을 사용해야 함에도,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고 있다”며 “권력을 가진 자가 자기 멋대로 행동하며, 주변 사람들을 함부로 밟고 자기 패거리를 이끌고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올해의 사자성어 조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하루 전인 지난 2일에 마쳐, 마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예견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우선 도량발호는 윤 대통령의 불통정치를 꼬집는 말로 이해된다. 공정과 상식의 자세로 국민만 바라보고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은 뒷전으로 하고 부인을 비롯한 내편 챙기기에만 몰두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도량발호는 비단 윤 대통령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야당 역시 절대 다수 의원을 가진 입법권력을 통해 민심과는 동떨어진 이재명 대표의 방탄정당 모습으로 일관해왔고, 여의도의 황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역시 도량발호라고 할 수 있다.

도량발호에 이어 순위 내에 든 사자성어 역시 따끔한 충고의 의미를 담고있다. 2위는 얼굴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의 후안무치(厚顔無恥), 3위는 유식한 척 하는 쥐 한마리가 국가를 어지럽힌다는 뜻의 석서위려(碩鼠危旅)로서 유식한 척 하는 쥐는 표절 논문 시비에 걸려있는 석사학위를 가진 김건희 여사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정권을 가진 여당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자성어는 윤 대통령 당선 이후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지난해인 2023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였다. 이로움을 보고는 의로움을 잊는다는 의미로, 여야 모든 정치인이 눈 앞의 이익에만 사로잡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고 있음을 꼬집었다.

견리망의는 장자의 산목편에 나온 말로 조릉의 정원으로 사냥을 간 장자가 까치 한마리를 발견하고 활을 쏘려는데 까치는 장자를 깨닫지 못하고 사마귀를 노리고 있고, 그 사마귀 역시 매미를 노리느라 자신의 위험을 깨닫지 못하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즉, 모두들 당장 눈 앞의 이익에만 마음을 뺏겨 자신이 처한 위험을 몰랐고, 이를 본 장자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는 뜻이다.

지난해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민생 대신 당리당략만을 추구하면서 극한 대립을 이어간 정치권의 모습, 대통령 친인척 일가의 부동산 투기 논란, 전세사기, 철근 누락으로 인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등 아파트 부실공사, 자녀 과잉보호로 인한 학부모의 무리한 교권침해 등 눈 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다 의로움을 잃어버린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윤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22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였다. 잘못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여러 실언으로 인한 논란과 이전 정부 탓하기, 그리고 2022년 중부권 폭우 사태, 이태원 압사 사고 등 여러 참사가 발생했음에도 반성 및 대응책 마련에 소극적인 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교수신문이 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묘하게도 올해의 도량발호와 맥을 함께 한다. 특히 취임 첫해의 잘못된 것을 깨닫고 고쳤다면 오늘 같은 사태는 있지 않았을 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 역시 교수신문은 송곳 같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경고를 날린 바 있지만, 역시 정권의 달콤함에 빠져 국민의 신망을 잃었다는 것을 지적했다.

2020년 사자성어는 아시타비(我是他非)로 나는 옳고 다른 사람은 그르다라는 신조어였다. 내로남불이란 뜻으로 유행어가 됐는데,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이었다.

문 정부가 이런 시장의 경고를 무시하면서 아시타비를 지속하다가 2021년 묘서동처(猫鼠同處)란 고사성어로 평가받았다. 묘서동처는 고양이와 쥐가 한패가 됐다는 뜻으로 감시자와 범죄자가 부정결탁해 나쁜짓을 함께 저지르는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LH 임직원 부동산 투기, 성남 대장동 특혜 의혹 등을 비판하는 의미로, 결국 윤석열이라는 검찰 출신의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배경이 됐다.

탄핵으로 임기를 못채우고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마지막 해인 2016년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임금은 배고 백성은 물이라는 뜻인데, 순자의 왕제편에 나온 말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물은 배를 뒤집기도 한다(水則載舟 水則覆舟, 수즉재주 수즉복주)는 의미다.

박 전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 없이 문고리 3인방과 최순실 등 측근정치만 고집하면서 민생을 져버리는 바람에 물인 백성이 배를 뒤집어버렸다는 의미다. 세월호 사건으로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수백명의 어린 학생들이 생명을 잃은 것과도 연관이 있다.

배를 모는 선장은 천하가 자기 세상인 것처럼 느끼겠지만, 자신을 떠받혀주는 물의 소중함을 무시하는 순간 물은 언제든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수천년 전의 교훈을 망각하고 도량발호 하는 순간 수즉복주는 언제든 일어난다는 정치의 본질적인 이치다.

지금 국회의 절대 다수당을 차지한 입법권력을 쥔 더불어민주당 역시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현재 힘의 중심이 야당에 가있는 만큼 어쩌면 군주라고 할 수 있는 야당이 도량발호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어떠한 경우라도 국민을 볼모로 삼아서는 안되고, 물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기를 바란다. 자칫 국가 신용도라도 떨어지게 되면 민생은 도탄에 빠지게 될 것이다.

도량발호는 여·야 모두에게 해당되는 경고장이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