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치킨게임이 쏘아 올린 상한가…과연 승자는?

-지난 9월 10일경 경영권 전쟁 시작 시점 주가 55만원 선이 113만8000원으로
-영풍 측 임시주총 열어 이사회 이사 늘려 경영권 장악 시나리오도

김지윤 기자 승인 2024.10.24 16:16 | 최종 수정 2024.10.25 17:50 의견 0
고려아연 주가가 24일 상한가를 기록해 113만8000월을 기록했다. 영풍 측과 최윤범 회장 측 간의 싸움이 시작된 지난 9월 10일 전후에 비해 두배까량 올랐다. 사진=주식현황판 캡쳐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영풍·MBK와 최윤범·베인캐피탈 간의 싸움이 3라운드에 접어들면서 싸움판이 진흙탕 싸움으로 확산됐다.

지난 14일 영풍 측과 어제 23일 최 회장 측 모두 지분 과반에 실패하면서 장내 지분 매집을 선언하면서 오늘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113만8000원을 기록했다. 본격적인 3차전이 시작된 첫날부터 증권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싸움 1라운드는 지난 10월 14일까지 영풍·MBK측의 공개매수 시점이었는데, 이 때까지 MBK측이 83만원 공개매수가로 사들인 주식은 5.34%로 기존 33.13%와 합하면 총 38.47%로 지분 과반에 크게 못미쳤다.

이어 최 회장 측이 23일까지 공개매수에 나선 싸움 2라운드인데, 이 결과에서도 베인캐피탈이 매수한 약 2% 만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이 되기 때문에 최 회장측 지분은 이번에 베인이 사들인 지분을 포함해 36.40%를 확보한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측이 공개매수에서 사들인 우리사주는 어차피 의결권이 없는 주식인데다가, 모두 소각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고려아연 전체 상장 주식수는 줄어들게 된다.

결국 양 측 모두 주식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장 내에서 무제한 공개매수에 들어가면서 그야말로 치킨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MBK가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 하겠다고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에 불을 붙인 시점이 9월 10일 경인데 당시 주가가 55만원에서 움직였으니까, 지난 40여일 만에 고려아연 주가는 딱 두 배로 올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매입할 수 있는 유통 주식이 많지 않아 양 측 모두 과반 지분 확보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며, 결국 주주총회에서의 표대결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결국 고려아연 지분 7.83%를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은데, 상황이 지나치게 과열돼 있는 상황이라서 국민연금이 어느 한 편에 서기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향후 예상 가능한 방향은 우선 앞에서 언급했듯이 주총장에서의 표대결인데 이 경우 국민연금 외에 변수는 현재 최 회장 측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현대차, 한화, 엘지에너지솔루션 등의 지분이다. 현재 이들은 고려아연으로부터 고정적으로 소재를 납품 받는 입장이어서 고려아연의 경영권 획득에 유리한 측과 연대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약 5%의 지분을 들고있는 현대차가 영풍 측으로 돌아선다면, 게임은 끝날 수 있는 상황이다. 비의결권주인 자사주를 소각한 후 예상되는 영풍 측의 지분율이 42.74%로 추정되는데, 현대차의 지분 5%가 이쪽으로 갈 경우 약 48%를 확보하는 것이고, 나머지 부족한 지분을 장내에서 매집할 경우 50%를 넘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하나의 변수는 영풍 측이 법원에 최 회장 측의 자사주 매집으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 관련 가처분 신청 관련 내용인데, 지난 21일 법원은 영풍 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지만 서류상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고 실제 배임 여부는 아직 다툼의 여지가 있다.

가처분 외에도 영풍 측이 고소 고발해놓은 상황이라 이것 또한 수사 결과에 따라 최종 승자가 갈릴 가능성이 열려있다.

현재까지 확보한 지분을 비교해보고, 법적인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영풍·MBK측이 다소 유리하다고 할 수 있지만, 결국 최종 주총장 표대결 결과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치킨게임의 결과로 고려아연의 재무적 상황이 악화될 것이 우려되고, 무엇보다 양 측의 주가 싸움으로 100만원을 넘긴 주식을 가지고 있는 일반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 싸움이 끝나면 주가는 싸움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측이 이미 나와있다. 결국 싸움이 벌어지기 전인 9월 10일 전후의 55만원대로 주가가 회귀할 가능성을 얘기하는 것이다.

글로벌 독립 투자리서치인 ‘스마트 카르마(Smart Carma)는 지난 10월 5일 리포트를 통해 “최 회장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로 올릴 경우 고려아연 재무구조 위험성은 커질 수 있다”면서 “공개매수 종료 후 고려아연 예상 주가는 50만원에서 60만원 사이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 리포트 이후 최 회장 측에서는 공개매수가를 89만원으로 올렸고, 결국 이 싸움이 오늘 상한가까지 올려놨다.

그동안 금감원도 수차례 과열에 대해 경고한 바 있지만, 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상황에서 우선 당장의 혈투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기업이 망가지는 것과 일반 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 시키기 위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결판이 나야 하는 데 일각에서는 영풍 측이 이사회 이사 선임을 통해 돌파구를 만들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영풍 측이 임시주총을 열어 현재 이사회 이사 13명에 12명을 더해 25명으로 만들어 이사회가 싸움을 중지시킬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는데, 현재 13명 이사 중 12명이 최 회장 측이어서 새롭게 영풍 측 이사 12명을 추가시켜 이사회를 장악하게 되면 고려아연을 영풍 측이 가져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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