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영풍 싸움, 최윤범 승기 잡나…외국인 지분이 승패 가른다

-4일 시초가 75만원 넘겨, 고려아연 최 회장 83만원에 힘 실려
-청약지분 7% 땐 MBK-영풍 勝…고려아연 83만원 승부수 통할지 주목
-MBK 2차 가격 상향 땐 '연장전'…영풍정밀 공개매수 향배도 관심사

김지윤 기자 승인 2024.10.04 09:07 | 최종 수정 2024.10.04 10:25 의견 0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4일 장 초반 흐름으로 볼 때 최 회장 내건 83만원 공개매수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그야말로 막장드라마를 쓰고 있다. 쩐의 전쟁 속에 앞으로 이 기업이 어떻게 될 지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어떻게든 전쟁의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겠지만, 기업은 누더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늘 75만원에 공개매수를 마감하는 영풍 입장에서는 오늘 시초가부터 75만원을 넘어서면서 오늘 시장 초반 흐름은 일단 공개매수에 실패하고 최 회장의 83만원 공개매수가 유리하게 됐다.

영풍·MBK측과 고려아연·베인캐피탈 간의 싸움은 오늘이 변곡점이다. 영풍측이 내건 공개매수 마감일이 오늘이기 때문이다. 현재 주가는 71만3000원인데 오늘 장 마감까지 영풍 측이 내건 75만원에 약 7%의 지분을 사들이게 되면 이 싸움은 일단 여기서 끝이 나게 돼있다.

그러나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 측에서 급작스럽게 자사주 공개매수를 선언하면서 공개매수가를 83만원으로 올렸다. 기한은 이달 23일까지로 공개매수해 모두 소각시켜 주주가치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주주들이 오늘 75만원에 영풍 측에 주식을 넘기는 것을 포기하고 23일까지 기다렸다가 고려아연 측에 83만원에 넘기기로 결정한다면, 싸움은 다시 시작된다.

그야말로 쩐의 전쟁답게 영풍 측에서 입장을 다시 바꿔 83만원 이상의 가격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늘 장 중이나 장 마감 후에 지분확보에 실패할 경우 매수가를 다시 올릴 가능성이 높다.

만일 오늘 오전 중에 고려아연 주가가 75만원을 넘어선다면, 주주들은 최윤범 회장이 내건 83만원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영풍 측은 바로 매수가를 상향조정할 가능성이 생기면서 싸움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현재 영풍 측은 고려아연 최 회장의 우리사주 매수방식에 대해 법적인 문제를 걸고 늘어지고 있다. 최 회장이 취하는 자사주 취득방식은 자본시장법 상 자사주를 살 수 있는 한도가 규정돼있는데, 그 범위는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살 수 있는 것이고, 이 범위를 넘어설 경우 자본금 감소 요인이 발생해 배임죄에 해당된다면서 이미 주요 임원들을 검찰에 형사고소해 놓은 상황이다. 이와함께 법원에 자사주 매입 방식 가처분신청도 해놓았다.

영풍 측이 주장하는 고려아연의 현재 배당가능이익 규모는 500억원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은 연간 회계가 마무리 되기 전이기 때문에 정확한 배당가능이익 규모를 알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난 6월 말 기준 고려아연의 별도기준 이익잉여금은 약 7조5000억원 규모다.

현재 양측이 동원하겠다는 자금 규모는 영풍·MBK측은 4일까지 주당 75만원 기준으로 최대 3조6000억원이고,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은 4일부터 주당 83만원 기준으로 최대 3조 1000억원이다.

한편 고려아연 지분 1.85%를 들고있는 영풍정밀에 대한 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당초 영풍 측이 공개매수가를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올리자, 최 회장 측에서는 3만원으로 공개매수가를 올리면서 영풍도 3만원으로 같이 올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고려아연의 지분구조를 볼 때 영풍 측 33.13%, 고려아연 측 33.99%, 국민연금 7.57%, 보유자사주 2.39%는 변함없다고 가정할 때, 외국인 지분 18.23%와 매입예정자사주 3.14%, 기타 1.55%가 키를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 일반주주로 볼 수 있는 4.69%와 외국인 지분의 움직임에 따라 지분확보 전쟁은 결론이 날 것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75년 협력 파트너 견고했던 관계가 돈 앞에서는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이 참 보기 안타깝다”면서 “싸움의 과정에서 회사가 망가지는 것은 최대한 막는 기본적인 선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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