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두포바니원전 전경

사상 최대 원전 수주로 주목받는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출이 미국에 공장을 뒀지만 캐나다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와의 기술 소유권 다툼으로 발목이 잡혔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는 현재 우리나라 한수원 등 ‘팀 코리아’가 우선협상대상자에 올랐을 뿐, 내년 3월 기한의 본계약을 앞두고 있어서 많은 변수와 해결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원천기술과 관련한 다툼은 최종 수주에 상당한 악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 법원에 소송중인 웨스팅하우스의 한수원에 대한 원천기술 침해 소송은 지난해 일단 한수원의 손을 들어줬지만,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 기술이 독자적인지에 대한 검증과 관련 항소를 하면서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상황은 크게 변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가압수형 경수로를 상업화한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이 원전 원천기술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1978년 결성된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지침에 따라 우리나라가 외국에 원전을 수출하려면 원천 기술을 가진 웨스팅하우스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NSG 지침에 따르면 미국 원전에 기반을 둔 한국형 원전은 제3국 수출 시 미국 에너지부 수출 통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미국 에너지부 수출 신고 권한을 웨스팅하우스가 갖고 있는 것이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에 수출하려는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의 원전 원천기술은 이미 수명을 다 한 상황에서 APR1400은 국내 기술로 이룬 자체 기술이기 때문에 웨스팅하우스의 주장은 일방적인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결국 이 기술을 웨스팅하우스의 원천기술로 볼 것이냐, 아니면 한수원이 개발한 한국형 원전기술로 봐 줄 것이냐가 관건이다.

현재 미국의 입장은 공장은 미국에 있지만, 소유권이 캐나다 사모펀드와 기업에 있는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의 한수원 간에 적당히 협의해서 마무리를 짓기를 바라고 있는 듯하다.

이번 체코 바라카 원전 수주와 관련해서 한수원이 미국에 원전기술 수출 관련 신고를 하자, 웨스팅하우스와 합의를 해서 웨스팅하우스에서 신고할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괜히 골치아픈 싸움에 휘말리기 싫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현재 웨스팅하우스의 51% 대주주인 캐나다 사모펀드인 브룩필드의 입장이다. 통상 사모펀드는 투자금에 이익을 더해 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이번 체코 바라카 원전에 한수원이 참여하는 것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이번 수주 과정에서 금전적인 이익을 취하는 것이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로열티 명분으로라도 이익을 얻거나, 아니면 과거 UAE 바라카 원전 수주 때처럼 두산에너빌리티가 맡고있는 원자로 제작의 상당부분을 웨스팅하우스가 담당해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를 원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시비는 단순히 원자로 제작 일부를 가져가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15년 전 UAE 바라카 원전 때는 당시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일본의 도시바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공중분해 되면서 웨스팅하우스가 파산보호신청 상태였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원자로 제작 공유 정도로 넘어갔지만, 이번은 2018년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브룩필드가 사모펀드인 만큼 계산기를 철저히 두드릴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으로부터 기술 로열티를 받는 방법과, 프랑스전력공사(EDF)와의 협업을 통해 한수원의 수주를 무산시키고 이익을 공유하는 방안 등 두 가지를 가지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한수원은 어려운 입장 속에서 최종 수주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비용을 추가로 치를 수 밖에 없는 어려움에 빠졌고, 그 과정에서 정부의 잘못된 협상이 자칫 대형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최종 수주전에서 프랑스 전력공사와의 가격 차이가 크게 났던 만큼, 팀코리아가 수익성은 최소화 했던 것인데, 앞으로 상당부분 돈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아 자칫 수주에 따른 손실이 상상 이상으로 커질 가능성도 있고, 이 과정에서 자칫 웨스팅하우스의 원천기술이 공식화될 우려도 있다”면서 “글로벌 원전시장을 놓고 눈앞의 이익만 보고 판단할 경우 큰 것을 잃을 수 있는 만큼 정면으로 돌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