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지난 새벽에 끝난 그의 잭슨홀 발언에 세계 금융시장이 환호를 보내고 잇다. 사진=AFP

역시 파월은 파워가 있었다. 23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미국 잭슨홀 미팅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통화정책의 기조를 전환할 때가 됐다고 금리인하에 확정적으로 발언하면서, 뉴욕증시가 강세로 마감하고 국채 금리는 내렸다.

전날 파월이 예상과는 다른 태도를 보일 지 모른다는 조심성으로 뉴욕증시가 다소 조정을 보인 것과는 반대 분위기를 보였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62.30포인트(1.14%) 오른 4만1175.08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63.97포인트(1.15%) 오른 5634.61에,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58.44포인트(1.47%) 상승한 1만7877.79에 마감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며 9월 금리인하 사이클 개시를 강력히 시사했다.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해서는 경제 여건 변화에 따라 결정하겠다면서 9월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놓으면서 금융시장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물론 9월 첫째주에 발표되는 미국의 실업률 지표가 어떻게 나오느냐의 변수가 남아있지만, 큰 이벤트가 없는 한 9월 17~18일 열리는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는 지난해 7월 금리인상 행진이 끝난 이후 1년 2개월 만에 금리인하가 시작될 예정이다.

파월의 발언 직후 리건 캐피털의 스카일러 와이넌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월 의장 연설 후 시장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며 "완화 기조로 완전히 180도 선회한 것은 아니지만 90도 정도로 회전을 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채권 수익률도 하락했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미 증시 마감 무렵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3.80%로 하루 전 같은 시간 대비 6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같은 시간 3.91%로 하루 전 대비 9bp 급락했다.

금리선물시장은 오는 9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100%로 반영했다. 50bp 인하 확률은 전날 24%에서 35%로 상승했다.

이제 남은 관심은 9월 금리인하 폭이고 올해 안에 몇번에 걸쳐 얼마나 인하할 것이냐다. 과연 비둘기들이나 바이든 행정부가 바라는 9월 빅컷(50bp, 0,5% 인하)이냐 아니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오나19팬데믹 이후 과다하게 풀린 유동성으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면서 2022년 3월 17일 베이비스텝으로 시작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 행진은 2023년 7월 26일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5.25~5.50%까지 상승했다. 인상 랠리 전의 0.00~0.25%의 기준금리가 단순비교로 20배 이상 올랐다.

11차례 금리인상 중 인상폭이 첫번째는 0.25%였지만, 두번째는 0.50%로 빅스텝을 밟은 후 3번째부터 6번째까지 4회 연속 0.75%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0.00~0.25%에서 3.75~4.0%까지 올라가는 데 불과 8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과감한 성정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앞으로의 인하 과정 역시 그에 따른 엄청난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파월의 결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 파월은 공화당원으로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에 의해 연준 의장으로 선임됐다. 2021년 바이든에 의해 연임됐지만, 엄밀히 따지면 공화당원으로서 트럼프 사람이었다.

그러나 2019년 트럼프는 파월의 비 정치적인 배경의 통화정책 결단에 불만을 가지고 파월 교체를 시도했지만, 금융시장 불안을 우려해 교체의지를 꺾은 적이 있다.

이번 9월 금리인하 관련해서도 트럼프는 파월을 향해 “금리인하는 정치개입”이라면서 금리인하를 대선 이후로 미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일 파월이 9월 금리인하를 그것도 빅컷을 밟을 경우 바이든의 물가안정 경제정책이 성공했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으로 간주해, 민주당 해리스가 유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 프럼프의 우려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거침없이 올렸던 기준금리를 9월부터 얼마나 얼마동안 내릴지에 세계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