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북쪽에 위치한 정비사업 대상 지역, 정부는 정비사업 속도있게 추진하기 위해 규제완화를 들고 나왔다. 사진=수도시민경제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20주 연속 상승하고, 전세가는 64주 연속 상승하는 등 부동산 시장의 이상기류가 확산되자, 정부가 서울 집값 잡기 위한 수도권 주택 공급대책을 내놨다.
7월에만 해도 “추세적 상승이 아니다” 그리고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국토부 장관의 모습이 불과 1달 만에 확 바뀌었다. 주택시장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여론을 뒤늦게나마 인식한 것이지만 이번 대책이 현재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상당수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정부는 지난 8일 부동산 관계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수도권에 총 42만7000가구를 공급하는 소위’8.8주택 공급대책’을 내놨다.
추가로 공급하는 물량 21만가구와 계획 중인 공급 단지에 대한 조기 착공 21만7000가구 등 총 42만7000가구다.
구체적으로는 추가공급 21만가구는 그린벨트 해제로 8만가구, 3기신도시에 2만가구 추가, 수도권에 매입형 임대주택 11만가구로 구성된다.
조기 착공을 통한 21만7000가구 공급은 서울 정비사업 조기착공 유도를 통해 13만가구,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조기 착공으로 4만6000가구, 수도권 조기착공 확약 민간아파트 단지 미분양분 매입으로 3만6000가구, 선분양 전환으로 5000가구 등이다.
이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아파트 공급 물량 8만가구다. 정부는 11월에 그린벨트를 해제해 올해 서울에서 1만가구와 수도권에서 4만가구 등 5만가구를 공급하고 내년에 나머지 3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그린벨트 해제 등 신규택지 발표로 양질의 주택이 대량으로, 저렴하게 공급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신규 택지 공급과 함께 서울시 내 구역지정을 마치고 재건축·재개발이 진행 중인 37만 가구의 사업 추진을 가속화 하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을 특례법으로 제정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우선 재건축 사업의 사업자(조합)와 1주택 원조합원에 대해 취득세를 감면한다. 단 규제지역 외의 지역에 한해 분양가격 12억원 이하인 경우에 지자체가 조례로 최대 40% 범위 내에서 줄여준다. 또 공사비 상승으로 높아진 분담금에 부담을 느끼는 조합원들을 위해 주택연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내놓았다.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을 법적 상한 기준도 추가로 허용한다. 역세권 정비사업은 현행 360%인데 이를 390%까지 허용하고, 일반 정비사업은 형행 300%에서 330%까지 늘린다. 진 차관은 “정비 사업에 대해서는 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특례법을 만들어 불확실성 제거하며 금융, 세제를 지원해 재개발 기간을 최대 3년 단축해서 속도전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8.8공급대책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고 함량 미달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 및 취임공약인 270만가구 공급을 위해 취임 첫해부터 구체적인 공급계획을 실천했어야 했는데,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그것도 극명한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내놓는 대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에 대한 우려다.
더구나 12년만에 해제하는 그린벨트 효과가 오히려 인근 땅값과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고, 그린벨트 해제 기준을 두고도 많은 말이 나올 수 있다. 특히 해제 대상인 그린벨트 지역은 대부분 현재 숲으로서의 역할이 떨어진 비오톱 지역인데 이들 지역을 풀어줄 경우 새로운 비오톱 지역이 생겨나기 때문에 그린벨트 훼손 속도는 급속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비오톱은 그린벨트이지만 숲의 기능이 떨어진 지역으로 동식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지역을 말한다.
정부는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올해 안에 5만가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공급까지는 10년 이상 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이 외에 서울 시내 정비사업 속도를 위해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지만, 현재 정비사업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공사비 폭증으로, 조합과 시공사 간의 공사비 갈등으로 인한 공사중단 해결방안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기신도시 선도지구 조기 착공 역시 선도지구 지정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땜질식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의 김인만 소장은 "정부에서 공급 물량이 충분하다고 보는 건 청년안심주택을 포함해서 인데 수요층이 한정적인 만큼 실질적인 공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면서 "빌라를 포함한 비아파트 시장은 임대차 시장과 관련이 있는데 임대차 시장은 공급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전세반환보증 '126% 룰'을 재조정하는 게 수요 분산에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택대학교 부동산학과 오세준 교수는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의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은 시장의 원리를 무시하고 지속적인 공급을 소홀히 하면서 발생한 것인데, 윤 정부 역시 똑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공급은 시스템적으로 장기적인 로드맵 속에 해야하는데, 대부분 정부들이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다음에 졸속으로 하다보니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