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병원. 사진=수도시민경제

마구잡이로 증원한 의대에 대해 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철저하게 심사를 하겠다고 하자 당황한 복지부는 의평원 구성원에 시민단체 대표를 포함시키겠다는 등 또 이상한 술수를 구상하고 있다. 하나의 거짓말을 유지하기 위해선 10개의 거짓말이 더 필요하다는 옛말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의대 인가와 정원 증가 등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인가 사항이다. 미국에서 메디칼 스쿨 인가는 주 정부 소관이다. 주립대학 의대인 경우에는 예산권을 갖고 있는 주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주 정부는 의대(메디칼 스쿨)를 인가할 때 미국 의사협회(AMA)와 미국의대협회(AAMC)가 합동으로 설립한 협력위원회(The Liaison Committee : LC) 심사를 조건으로 한다. AMA/AAMC 협력위원회의 인가(accreditation)를 받지 못하면 그 의대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며 졸업생은 수련을 할 수도 없다. 따라서 비인가 의대란 존재할 수가 없다. 의대 설립에는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설립과정에서 심사를 받고 잠정적 인가를 받은 후 정식 인가를 받고나서 비로소 신입생을 모집하게 된다. (로스쿨 인가도 미국 변호사 협회와 로스쿨 협의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위원회가 담당한다.)

AMA/AAMC는 20세기 초에 무분별하게 생겨난 의대를 정리해서 의학교육의 기준을 설립함으로써 오늘날 미국의 의대 교육을 만들어 냈다. 그런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의대는 존스 홉킨스, 하버드, 노스웨스턴 등 오늘날 톱 스쿨로 뽑히는 의대였다. 참고로, 존스 홉킨스, 하버드, 노스웨스턴 의대는 오늘날까지도 한 학년이 150명 안팎이다. 50명 의대를 한 순간에 200명으로 올린 윤석열 정부의 보건복지부, 그리고 그것을 좋다고 받아먹은 대학총장, 그것을 지역발전이라고 좋아하는 도지사는 모두 ‘무식쟁이’들에 불과하다.

AMA/AAMC 협력위원회(LC)는 프로페셔널 멤버 17명, 공적 멤버 2명, 학생 멤버 2명으로 구성된다. AMA와 AAMC는 각각 동수의 프로페셔널 멤버 16명와 학생 멤버 2명을 추천하며, 협력위원회(LC)는 프로페셔널 멤버 1인과 공적 멤버(public member) 2인을 임명한다. 이렇게 임명된 프로페셔널 멤버 16명은 전원이 의대 교수이고 학생 멤버 2명은 의대 4년생이다. 공적 멤버 2인은 뉴욕대학(NYU) 명예교수인 사회학자와 미국 약사협회가 추천한 약사이다.

우리는 의대 증원 2000명이란 ‘사상최대(史上最大)의 무식(無識) 쇼’를 거의 반년 동안 보고 있다. 정권 핵심층과 관료, 정치인, 그리고 언론인들이 이렇게 무식함을 잘 들어낸 경우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의료 붕괴의 단추가 눌러 졌고 이 연쇄반응이 어떻게 진행될지, 또는 도무지 멈출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상돈, 전 중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