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發 위기의 롯데(1), 비상경영 체제 돌입…해법은?

-롯데지주 ‘비상경영’ 체제 선포하고 계열사 점검 나서
-“그룹 부실의 근원지인 롯데건설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필요” 지적

김지윤 기자 승인 2024.08.03 10:18 | 최종 수정 2024.08.04 18:00 의견 0
위기에 빠진 롯데그룹이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사진은 신동빈 회장이 지난달 19일 열린 '2024 하반기 VCM' 참여한 모습. 사진=롯데

롯데지주가 최근 비상 경영 체제를 공식적으로 선포했다고 1일 밝히면서 그동안 실적 부진으로 위축됐던 롯데가 본격적인 비상경영에 들어가게 됐다.

우선 임원들의 토요일 근무부터 시작하면서 평일은 정상 근무에 집중하고 각종 회의는 주말에 하는 형식으로 업무 몰입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롯데의 비상경영은 지난달 신동빈 회장이 사장단 회의 와중에 위기 극복을 강조하면서 본격화 됐다. 신 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예상하지 못한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극복하면서 지속성장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임을 잊지 말아주길 바란다”면서 “강력한 실행력을 발휘해달라”는 주문을 했다. ‘롯데그룹 경영에 위기가 발생했다’는 말을 톤다운 시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①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 ②글로벌 사업에서 안정적 수익 창출 ③고부가 사업 확대 ④재무 건전성 관리 강화 등 네 가지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내놓은 대책을 두고 사태의 심각성에 미치지 못하는 무늬만 비상경영대책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근본적으로 그룹의 위기가 시작된 롯데건설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 없이 해결점이 보이지 않다는 견해가 많은데, 이에 대한 조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그룹은 식음료 등 일부 계열사를 제외하고는 화학·유통 등 주요 사업군이 전반적으로 실적이 부진해 위기에 놓여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비상경영 체제에서 시급한 과제는 그룹 주축인 호텔군과 화학군의 계열사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롯데지주보다 앞서 6월에 롯데면세점, 7월에 롯데케미칼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이들 두 회사의 경영성적표가 가장 심각하기 때문이다.

호텔롯데가 운영하는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이에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는 비상경영 돌입과 함께 전 임원의 급여를 20% 삭감하기로 하고, 잠실 월드타워점 면적의 35%에 해당하는 타워동(4599㎡) 매장 폐쇄 등을 자구책으로 제시했다.

2022년 762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해 3477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한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달부터 국내외 출장 예산을 20% 감축하기로 했다. 출장 시 임원의 항공권 등급도 10시간 이내인 경우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에도 135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롯데그룹 위기는 그룹 내 제조업의 중심인 롯데케미칼의 부실화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지주사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졌고, 지주사의 계열지원 가능성이 반영됐던 다른 계열사로 번지며 마치 도미노처럼 크레딧 리스크가 확산된 것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 3사(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는 2024 정기 평가에서 롯데지주를 비롯한 롯데계열사 5곳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렸다.

구체적으로 ▲롯데캐미칼(AA0) ▲롯데지주(AA-) ▲롯데캐피탈(AA-) ▲롯데렌탈(AA-) ▲롯데물산(AA-) 등이다. 이중 국내 신용평가 3사 모두로부터 하향 조정된 계열사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 등 2곳이다.

결국 롯데그룹 위기의 시작은 롯데케미칼인데, 롯데케미칼 부실의 원인으로 케미칼이 지분 44.02%를 가지고 있는 자회사 롯데건설의 유동성위기가 지목된다.

현재 롯데건설의 PF 보증규모는 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에 만기 도래한 미착공 PF규모만 3조2000억원이었는데, 이 중 서울 이외의 리스크에 노출된 규모가 78% 이른다,

롯데건설은 만기 도래 PF 해결을 위해 올해 들어서 5대 시중을 포함해 KDB산업은행, 증권사 등을 통해 2조3천억 원 규모의 부동산 PF 매입 펀드를 조성했다. 펀드에는 참가하지 않은 메리츠증권도 추가로 5천억 원을 투입하면서 롯데건설은 2조8천억 원이라는 현금 확보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정도 펀드로는 현재 유동성위기에 빠진 롯데건설을 회복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난해 말부터 제2의 태영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실적악화를 근거로 돌았다.

유동성 확보에 대대적으로 나선 롯데건설이 지난달 최대 주주인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 없이 3년여 만에 자체 신용도를 바탕으로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16일 1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지만, 이 중 670억원, 44.7%가량이 최종 미매각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건설은 개인투자자 등을 통해 추가청약 완판을 기대했지만 신용등급 하방압력 우려로 실패했다. 롯데건설은 지난 2월에도 공모채를 발행한 바 있지만, 당시에는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을 받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중국 시장에서 영업적자가 이어지면서 이번에는 보증을 서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롯데건설에 대한 케미칼이나 그룹의 지원이 이젠 끊겨버린 상황이어서, 향후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본격적으로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의 PF옥석가리기 작업이 하반기 본격화되면서 올 하반기 롯데건설의 존폐가 도마위에 오르면서 롯데그룹 전체 지속성장 여부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집중적으로 주택사업을 수주하기 시작한 2021년부터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기시작했고, 결국 2022년부터 롯데건설의 유동성 리스크가 노출되기 시작했다”면서 “그동안 수차례 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겨왔지만, 롯데케미칼의 적자행진에 이어 그룹 유통부문의 위기까지 겹치면서 지원이 끊긴 롯데건설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는 듯 하다”고 말했다.

산업계 한 전문가는 “롯데그룹이 비상경영을 선언했다고 하지만, 그룹 상황의 심각성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어서 효과가 있을 지 의문이다”면서 “초기 단계에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하고, 특히 부실의 발원지인 건설의 구조조정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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