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전경. 사진=체코

24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이 원전 수주는 금액도 금액이지만 우리나라 원자력 관련 산업 수준을 세계 최강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관련 분야의 기술을 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효과는 돈으로도 계산이 힘들기 때문이다.

통상 자동차에는 2만개의 부품이, 비행기에는 20만개의 부품이, 원자력발전소에는 200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고 한다. 200만개 부품 수는 우주선에 들어가는 부품 수준이다.

이번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주를 두고 한편에서는 반값 덤핑수주니, 현지 고용 등 독소조항으로 인한 공기차질 우려니,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상 허들이니 하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 지적들이 당연히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침소봉대는 위험한 지적으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 해외 건설공사 수주는 그야말로 소리없는 전쟁이다. 실시간으로 정보가 날아가는 시대에 국내 언론이나 여론이 그런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할 경우 상대국이나 경쟁국들이 뒷다리 잡는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의 공사도 수많은 리스크가 있는데, 하물며 해외에서의 공사 그것도 첨단 기술을 동원해야 하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에서의 리스크는 이루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원자력발전소는 최고 수준의 안전을 요구하기 때문에 아무나 지을 수 없는 넘사벽 분야다. 그래서 세계 몇 개 회사가 독점구조로 돼있다. 200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져있어서 부품을 관리하는 파일링시스템만해도 어마어마하다.

1000메가와트짜리 2~3개를 건설하는데 순수 건설기간만해도 10년 이상이 걸린다. 한번 해당 현장에 발령을 받으면 준비기간에 마지막 시험기간까지 보통 15년을 현장에서 보내야 하는 상상하기 쉽지 않은 프로젝트다. 발령 받은 직원은 근처에 집을 사야할 정도이고, 아예 기업들은 아파트 단지를 사서 직원 숙소로 사용할 정도다.

60~70년대 대한민국 발전의 기초는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해외 그것도 중동 진출을 통한 외화벌이였다. 그야말로 중동 사막위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면서 벌어들인 달러였다. 얼마나 많은 리스크가 있었겠는가. 아프리카에서는 나라와 맺은 계약을 무시하는 지역의 족장들이 별도의 계약을 요구하기도 했다.

밤에는 현장 캠프 밖을 나갈 수 없는 곳도 아직 수두룩하다. 밤만되면 총기소지 반군들과 강도들의 세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에서 오늘까지 버티고 발전해온 우리나라 기업들이다.

아무리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해도 공사 과정에서 수많은 돌발 리스크가 나타날 수 있다. 처음 계약조건도 중요하지만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리스크를 얼마나 잘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글로벌 건설 시장에서 한국이 선호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있다. 언젠가 중동의 한 건설 발주자가 한 말이다. “극지에서 적도에 이르는 모든 곳에서 공사를 계획대로 수행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바로 이것이 한국인의 기질이고 한국의 저력이다.

우리 선배들은 독일 석탄광산에서 누구도 보일 수 없는 성실성으로 독일을 감동시켜, 그 어려운 시기에 독일 차관을 받을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었다. 국교가 수립되지 않은 중동이나 아프리카에 나가 북한 군사고문단이 설치는 곳에서도 공사의 품질과 성실성으로 수많은 연결공사를 따내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돈을 벌어왔다.

이번 체코원전 수주는 앞으로 엄청난 큰 나무를 키우는 싹이 될 것이 분명하다. EU 진출의 교두보를 만드는 것에 더해, 향후 세계 원전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프랑스를 넘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 차원이라면, 반값에 지어줘도 괜찮을 수 있지 않을까? 반값에 지어줘도 이익이 남는다면 그것은 이미 세계 최강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수백조원을 벌어다 줄 다크호스가 될 것이다.

모처럼의 낭보에 국민 모두가 힘을 보태 더욱 커다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격려를 해줄 필요가 있다. 이럴때 꼭 맞는 말이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