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주가지수 흐름이 다소 지루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분명히 신고가를 갱신하면서 여전히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긴하지만, 시장에서는 경제 상황 악화 등에 대한 우려도 커져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시장 친화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자산 시장은 크게 반응을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우선, 파월 의장이 발언한 내용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지난주 파월 의장은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포럼에 참석하여 "최근의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보면 우리는 디스인플레이션 경로에 복귀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7월 9일에는 미국 의회 증언에 나섰습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어느정도 노동시장 냉각이 진행이 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높은 인플레이션만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유일한 위험은 아니다. 제약적인 금리 수준을 너무 늦게 또는 너무 적게 줄이면 경제 활동과 고용이 지나치게 악화될 수 있다"고 발언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양면적인 위험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두 가지 위험을 최대한 잘 균형을 잡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라고 언급하였습니다. 무엇보다, 파월 의장이 발언한 내용 "향후 행동은 금리 인상은 아닐 것"이라는 이야기가 상당히 비둘기파적인 메시지로 해석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기준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서는 "오늘 향후 해동 타이밍에 대해서는 어떠한 신호도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다소 조심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지난주에 발언한 내용보다, 좀더 시장 친화적인 내용이 많이 가미된 의회 발언이었습니다. 그러면 왜 자산 시장은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요? 이유를 두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기준 금리 인하를 한다고 했을 때, 이미 어느정도 기준 금리가 인하되는 것에 대한 기대치가 시장에 가격으로 반영이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이미 시장은 작년 말부터 올해 6 차례 금리 인하를 할 것이라는 내용부터 시작해서,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강한 기대를 보여왔습니다. 그렇지만 그 기대치는 과도한 것이라는 것이 지금은 명확해졌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남은 하반기에 기준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시장에서 이를 가격에 긍정적으로 반영하기에는 '너무 예측 가능한 발언 내용'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바로 이번주 목요일에 미국에 소비자물가지수(CPI) 데이터가 발표가 됩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지금 인플레이션 2%의 경로로 복귀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번주 목요일에 실제 물가 지수 데이터가 발표가 되니까, 시장에서는 '그래? 한번 데이터를 봐야지 알겠는데?'라는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지요. 과연 파월 의장이 미리 데이터를 어느정도 보고 우리한테 저런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한 것인지, 아니면 파월 의장의 지식과 경험에서 나온 예리한 촉을 가지고 발언한 것인지는 이번주 CPI 데이터 발표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최근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우려가 어느정도 반영이 되고 있다보니, 미국 주가 지수 흐름이 과거와 같이 크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고용이 냉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실업률은 4.1%로, 과거보다는 높은 수준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농업 고용지수 데이터만 봐도, 순 고용 증가의 절반 이상을 정부와 의료 서비스 부문이 차지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죠. 확실히 냉각되는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고용 데이터가 냉각이 되고 있다고 해서, 골디락스 흐름으로 가는 것이고, 이런 고용 냉각이 미국 연준에서 기준 금리를 인하 할 수 있는 명분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파월 의장이 미국 의회에서 증언한 내용을 보면, '양대 책무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있습니다. 여기서 양대 책무라고 함은, 물가 안정과 고용 안정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미국 연준이 기준 금리를 인하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보는 두 가지가 물가와 고용 데이터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동안 어느정도는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내려오는 흐름을 보여주긴 했지만, 고용이 지나치게 뜨거웠습니다. 고용 시장 냉각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죠. 그렇다보니, 연준 입장에서는 기준 금리에 대한 움직임을 보이기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고용 시장이 어느정도 차가운 흐름을 보여준다니, 시장에서는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울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투자자들이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고용 냉각'이 정말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봐야합니다. 고용 데이터는 가장 대표적인 경제 지표 중에서 '경제 후행 지표' 입니다. 통상적으로 미국 경제 상황을 3~6개월 정도 후행하여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경제 상황이 악화가 되고, 침체 시그널이 나온다면 이 것이 고용 시장에는 시차를 두고 후행적으로 반영이 된다는 것입니다.
투자는, 앞으로 미래 상황을 바라보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경기 선행성을 가진 지표들을 참고하여 보는 것이 타당한데, 고용 지표를 보면서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투자 타이밍이 경제 상황보다 늦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고용 지표의 특징이 있습니다. 고용 지표는 한번 악화하기 시작하면 빠른 시간 내에 급속도로 악화된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제의 사이클을 생각하면 답이 나옵니다. 시장에서 소비가 악화하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생기면 기업들은 생산을 줄이게 됩니다. 처음부터 바로 해고를 하지는 않습니다. 한번 해고를 하면 추후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는 인력난에 직면하게되고 오히려 더 높은 비용을 주고 고용을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코로나를 경험한 이후에 미국 기업돌은 더더욱 섯불리 해고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에 경기 회복기를 지나면서 기업들은 사람들이 필요한데도, 실제 고용 시장 공급은 적은 상황이라 인력난을 크게 겪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생산을 줄이면서, 근무 시간을 조정한다든지, 최대한 경영 환경을 긴축해서라도 잘 버티려고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결국 힘든 상황이 지속되면 인력을 해고하기 시작합니다. 버티고 버티다가 어려우면 대량으로 해고를 진행하기 때문에, 고용 지표는 한번 악화하면 급속도로 진행이 된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미국 챌린저 리포트에서 발표되는 해고 건수를 보면 금년 들어서 확실히 젼년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의 해고 건수가 기록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고용 지표가 냉각된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것이 아니라, 고용 지표가 냉각되기 시작한다는 것은 미국의 경기 침체 상황이 드디어 고용 사이드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잘못하면 경제가 급속도로 좋지 않아져서 경기 침체나 심하면 위기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월 의장도 이번 미국 의회 증언 내용에서 ' 제약적인 금리 수준을 너무 늦게 또는 너무 적게 줄이면 경제 활동과 고용이 지나치게 악화될 수 있다'고 발언을 한 것입니다. 고용 지표가 지나치게 뜨거운 것도 좋지 않지만, 냉각시키기 위해서 고금리를 유지하다가는, 지나치게 악화되는 극과 극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앞으로, 경제 연착륙을 위해서 미국 연준이 어떻게 정책을 가져갈지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불안한 채권시장은 왜?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까지 파월 의장의 이런 비둘기적인 발언에도 가격 흐름이 좋지 않아서, 어리둥절해하는 자산이 또 있습니다. 바로 '채권 시장'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 국채 금리는 오히려 파월 의장의 발언에도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7월 9일 진행된 미국 국채 3년물 경매 결과도 나쁘지 않게 끝났는데도, 오히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상승하여 장마감 기준으로 4.3%에 육박하였습니다.
파월 의장이 발언한 내용의 핵심은 '기준 금리 인상은 예정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은 잘 잡히고 있다. 고용도 냉각이 되고 있다. 기준 금리를 인하하긴 해야하는데, 시점은 묻지마세요' 였습니다. 어찌되었든, 기준 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내용인데도,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오히려 상승하는 흐름이 나온 것입니다.
그 원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제공하였습니다. 트럼프와의 대선 토론회 이후, 이곳 저곳으로부터 바이든은 후보 사퇴 압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사퇴는 업다'고 강력하게, 대선 레이싱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미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대의원 수를 확보한 바이든이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바이든을 사퇴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최근, 조사 자료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30%도 안된다고 합니다. 이대로 가면 트럼프가 대통령 자리에 앉게 된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과 기업 법인세 감세 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밖에 없고,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물가가 잡힐 수 있을까?' 그러면 기준 금리 인하도 제한이 걸릴 수 밖에 없고, 미국 국채를 매수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을 하게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트럼프 입장에서도 미국 국채 금리가 이대로 높은 상태로 유지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결국 미국의 기준금리도 인하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 밖에 없고, 미국 국채 금리도 이에 따라 내려올 수 밖에 없는 것이 앞으로의 흐름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주 목요일에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 데이터의 결과에 따라 시장이 요동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 인플레이션이 잡히는 모습이 나온다면, 이번에 파월 의장이 발언한 내용이 뒤늦게라도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며, 만약 좋지 않게 나온다면, 추가적으로 자산 시장에 조정이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셔 케이,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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