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임원추천위원회 숏트리스트 4인에 들어가면서 내년 연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과연 그동안의 도덕적 해이와 인맥경영의 과오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권의 선택을 받을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의 임종룡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로 임박한 가운데 임 회장이 연임을 노리고 후보에 등록을 한 후 4명으로 추리는 쇼트리스트에 들어가 전 정권의 비호를 받아 자리를 잡은 후 정권이 바뀐 후에도 자리를 이어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쇼트리스트로 임 회장과 정진완 우리은행장 등 2명의 내부 인사와 외부 인사 2명 등 총 4명이 선정됐다고 2일 밝혔다.

외부인사 2명은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밝히지 않았지만 임 회장의 연임을 위한 모양 갖추기 들러리 인사들일 것으로 금융계에서는 알려지고 있어, 임 회장 연임 시나리오가 전개되고 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임 회장은 이미 지난 3월 주총 때부터 회장 연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금융 회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의 위원장은 이강행 사외이사인데 지난 3월 새롭게 임 회장에 의해 영입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 5명 중 4명이 교체됐는데 모두 임 회장 사람들로 봐야 한다. 이제 임 회장이 회장에 취임한 2023년 이전에 영입된 사외이사는 1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2월 2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이강행, 이영섭, 김영훈, 김춘수 등 4명을 추천해 3월 주주총회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그로 인해 임 회장 취임 이전에 이사회에 선임된 사외이사는 윤인섭 이사 1명만 남게 된 것이다.

이번 회장 선임을 위한 임추위의 위원장은 올해 새로 선임된 이강행 사외이사가 맡고 있고 임추위 대부분이 임 회장이 선임한 사외이사들이어서 일찍부터 임 회장 연임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문제는 임 회장 재직 시절에 벌어진 우리금융그룹의 횡령 및 부당대출 등 무너진 도덕성으로 인해 윤석열 정부에서도 언론과 사정당국의 지적을 받아온 만큼 과연 문제의 주역인 임 회장의 연임이 도덕적으로 맞는가에 대한 시중의 지적이다.

임 회장의 전임 회장인 손태승 회장 시절 손 전 회장의 처남이 수백억원의 부당대출을 일으켰는데, 이 부당대출은 임 회장 재임시절까지 이어진 것이 밝혀져 임 회장도 부당대출에서 자유롭지 못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손 전 회장의 재직 기간인 2021년 9월부터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인 2023년 8월까지 손 전 회장의 처남인 A씨가 23차례에 걸쳐 517억 4500만원의 부당대출을 일으킨 혐의로 재판을 받는 가운데, 추가 금액이 발견돼 총 730억원의 부당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중 61.8%인 451억원이 임종룡 현 회장 재임 기간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 추정에 따르면 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730억원 중 338억원은 회수 불능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대출 외에도 임 회장 취임 후 지난해 말까지 임직원 횡령 등 비리가 수없이 저질러졌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그융그룹에서 총 9건에 141억7500만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임 회장은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사정관련 기관의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전관예우를 통해 사정의 칼날을 피해가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임 회장이 취임한 2023년 3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총 7명의 공무원들을 영입해 방패막이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입 대상은 주무 사정기관인 금감원 간부를 비롯해 국세청, 경찰청, 예금보험공사 등 다양한 기관에 걸쳐 있다.

임 회장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으로서 회사 내에서는 연대 경제학과 마피아란 말이 있다. 여기에 더해 연대 후배 중 핵심인 이해광 디지털영업그룹 최고책임자 겸 부행장은 부산 대동고 출신인데 역시 부산 대동고 마피아가 그룹을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해광 부행장은 임 회장이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한 후 회장 취임 이후 경영지원부문장을 맡으면서 그룹의 인사를 총괄한 인물이었는데 부산 대동고 출신으로서 임 회장 초기 그룹 인사와 감사는 연세대와 부산 대동고 인맥이 장악하고 있었다.

윤석열 정권의 후광으로 자리를 잡은 임종룡 회장이 정권교체가 된 이재명 정권에서도 회장 자리를 계속 유지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그가 전라도 출신으로서 나름대로 지역 인맥 중심으로 기반을 만들었다는 견해도 나와 연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돈을 보관하고 취급하는 금융기관 수장의 제1 덕목은 도덕성이고, 기업의 도덕성에 대한 평가가 최우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금융의 임종룡 회장은 그런 측면에서 점수를 받기 어려워보인다”면서 “만약에 임 회장이 연임한다고 하면 이재명 정권에서 도덕성을 문제삼아 중요 보직에서 물러나게 할 명분이 없어질 것이다”고 짚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