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2% 넘게 오르면서 수입 물가가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사진=연합뉴스

환율은 누차 얘기하지만 한 국가의 체력이고 건강지표이다. 경제가 나빠지면 환율이 상승하고, 그 나라 돈은 글로벌경제에서 휴지조각이 된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가 그 길을 걸었고, 1997년 외환위기(IMF사태) 당시 한국이 그랬다.

환율이 급등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재명대통령은 '환율상승은 국민재산 날아가는 것'이라고 친철하게 경제를 가르쳐주셨는데, 작금의 환율 폭등에 대해서는 일절 말이 없다. 역시 유리하면 내 덕분이고, 불리하면 남탓하는 본성 탓인지.... 국정 책임은 오로이 본인에게 있는데, 환율폭등을 마치 남의 일 보듯이 한다. 묘한 일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환율폭등'은 만성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중첩된 결과인지라, 총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즉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의 움직임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로 자금을 왜곡하고, 대기업을 적폐로 몰아 투자를 위축시키며, 증세와 복지 포퓰리즘으로 재정을 파탄 내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더욱 심각하다. 정적 제거와 사법 장악으로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고, 반대 세력을 내란 세력으로 몰아 파시즘의 길로 치닫고 있다. 시장은 이를 정확히 읽는다. 법치와 자유가 무너지는 나라에 자본은 머물지 않는다. 환율 급등은 시장이 보내는 경고다.

그런데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0∼12일 18세 이상 1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부동산정책’은 민주당(34%)이 국민의힘(26%)보다 더 잘할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대실패로 가고 있는 현재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니 그저 미래가 암담할 뿐이다.

한국인은 배 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참는 사람들이므로, 서울이나 수도권에 집이 없는 사람들은 무조건 '규제, 규제, 규제'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게 될 때 경제는 더 나빠지게 되는데...

2025년 11월 14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68원을 넘어섰다. (당국 개입으로 살짝 떨어졌어도 1450원대 후반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1,300원대였던 환율이 어느새 1,500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이 됐다는 진단이 나오고, 상황에 따라서는 1,500원을 넘어 1,600원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마저 제기된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이 환율 급등의 배후에는 어떤 구조적 요인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우리 경제와 국민 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2025년 11월 12일, 미국 달러 대비 한국 원 환율은 1,468.73원을 기록했다. 전일 대비 0.54% 상승한 수치다. 지난 한 달간 원화는 2.96% 약세를 보였고, 지난 12개월 동안 4.45%나 하락했다. 2025년 6월 4일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약 1,362원 수준이었던 환율은 불과 5개월 만에 1,468원대로 뛰어올랐다. 원화 가치가 약 7.8% 급락한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1,470원대까지 단기간에 130원 이상 급등했다는 사실이다. 단기간 100원 이상 급등한 것은 단순한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다. 실제로 2025년 11월 7일 야간 거래에서는 1,461.5원까지 치솟으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 탄핵 정국 당시 1,472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인 달러인덱스는 99.6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원화는 주요국 통화 중에서도 가장 가파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기준 원화 절하율은 주요국 통화 중 1위를 기록했다. 이는 환율 상승이 단순히 글로벌 달러 강세 때문만이 아니라 한국 특유의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국민들은 별 걱정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환율은 우리나라 돈에 대한 외국의 평가인데, 우리나라의 돈 가치가 떨어져서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는데, 지금 우리 국민들은 약 30년 전의 일을 까맣게 잊은 듯 하다.

역사는 반복되는데 사람들이 망각하고 그에 대해 무감각해지면서 반복해서 당하는 것을 역사 속에서 늘 확인해왔다.

지금 우리나라를 둘러싼 글로벌 정세는 심상치 않음을 환율에서 확인하고 국민들도 이제 걱정해야 한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감시하는 가장 큰 주체는 바로 국민이다. 그런 국민의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상민, ‘정치입맛 경제밥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