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사진=연합뉴스
투자의 신으로 불린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95세)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자신의 은퇴로 인한 주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남긴 편지가 공개되면서 신중한 투자 자세를 다시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버핏은 지난 5월 은퇴를 선언하면서 후임자로 그레그 에이블(63세) 부회장을 지명했는데, 버핏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가 엄청나기 때문에 자신의 은퇴에 대해 주주들이 불안해할 것을 염려해 지난 10일(현지시간) ‘추수감사절 메시지’란 제목의 주주서한을 보냈던 것이다.
버핏은 “버크셔 주주들이 그레그에 대해 찰리(2년 전 세상을 떠난 찰리 멍거 부회장)와 내가 오랫동안 누려온 신뢰감을 갖게 될 때까지 상당량의 A주를 보유하고자 한다”면서 에이블이 그 정도의 신뢰를 얻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고 내 자녀들 이미 버크셔 이사들과 마찬가지로 그레그를 100%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버핏 회장은 지난 2분기 말 기준 약 1천490억달러 상당의 버크셔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지분 대부분은 주당 약 75만달러(약 11억원)에 거래되는 원본 A주에 집중돼 있다. 버크셔 B주는 증시에서 주로 유통되는 주식으로 13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주당 513.11달러다.
이날 버핏이 주주들에게 편지를 보낸 배경은 지난 5월 자신의 은퇴 발표 후 6개월 간 10% 넘게 주가가 하락한 것에 대해 주주들의 걱정을 달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편지의 내용은 주로 후임 그레그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그레그 에이블은 현재 내가 이해하는 것보다 우리 사업과 인력을 훨씬 더 잘 이해하고 있으며, 많은 CEO가 고려조차 하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 매우 빠르게 배운다"면서 "여러분의 저축과 나의 저축을 관리할 사람으로 그레그보다 더 나은 CEO, 경영 컨설턴트, 학자, 정부 관계자 등 누구라도 떠올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 버크셔 해서웨이에 대한 자신감과 후임 그레그에 대한 믿음 그리고 미국의 강력함에 대한 신뢰가 묻어나고 있다.
1930년생으로 미국이 대공황 속에서 기업 파산과 실업으로 경제가 완전히 무너졌을 때 태어난 투자의 신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자신은 실패가 성공을 창출하는 기회가 되는 것을 태어나면서 체험했다”고 늘 말해왔다.
본인이 계산한 기업의 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기업에 투자를 하되,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나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기업은 절대로 거들떠도 보지 않는 고집.
투자를 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그 사업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장기적으로 경제성이 좋으며, 경영자를 믿을 수 있어야 하고, 인수가격이 합리적인이어야 한다는 4가지 원칙을 지켜왔다.
기복이 심한 기술주를 멀리 하고, 금은 극히 일부인 이빨이나 IT제품에 들어가는 것 말고는 90% 이상이 관상용이라고 평가하면서 투자대상에서 배제시켰다. 미술품은 투자자들의 가치판단이 제각각이어서 객관적 가치판단 기준이 없어서 관심을 갖지 않고,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실재적인 가치가 없는 것으로서 투자유의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오로지 가치주에 대한 투자와 현금화 했을 경우에는 모두 미국 국채(주로 단기채)를 사서 보유했다. 투자 기준 중 하나는 수익율이 미국 국채 이상이 나느냐를 따져서 종목을 선정하기도 했다.
11살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한 버핏은 고향인 네브라스카주 오마하를 지금껏 떠나지 않았고, 버크셔 해서웨이 본사도 이곳 오마하에 있다.
주식 투자 전인 10살 때 오마하 도서관에서 제목에 ‘재무학’이 들어간 책은 모조리 읽었고, 일부 책은 2번 이상을 읽었다고 한다. 26살이 된 1957년부터 자산운용을 시작했는데, 이웃에 사는 소아과 의사인 캐롤 에인절은 버핏을 믿고 당시 1만달러를 투자했는데, 이 돈이 2008년 4억6900만달러로 4만6900배 상승해 대박을 터트린 일화는 유명하다.
바핏은 처음 투자에 뛰어들면서 2가지 원칙을 정했는데, 첫째는 잃지 않을 것, 둘째는 첫번째 원칙을 잊지말 것으로 정하고 실천해왔다. “인내하라 주가는 어찌 되었든 상승한다”는 말도 유명하다.
테슬라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석권할 때 일론 머스크 CEO가 버핏에게 투자를 권유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자동차 시장에서 오늘은 이길 수 있지만 내일은 질 수 있다”면서 “자동차 시장에서의 영원한 우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테슬라를 비롯해 엔비디아 등의 주식은 가져본 적이 없다.
버핏지수를 만들었는데, 나라 전체의 시가총액을 GDP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한 것이 100을 넘기면 과열, 못미치면 저평가로 정했는데, 버핏지수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미국 버핏지수는 120이었다가 2025년 들어서 200을 넘겼다고 한다. 그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주식을 팔아 현금보유량을 늘리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학벌 무용론으로도 유명하다. 사람을 뽑을 때 어느 학교를 나온지를 지원서에 적지 못하게 했다. 그가 중요하게 보는 인재의 기준은 첫째 정직성, 둘째 문제해결능력인 지능, 셋째 끊임없이 실행하는 에너지 등이다.
초등학교 출신의 벤 로스너를 임원으로 채용해 20년 간 버크셔 해서웨이의 리테일 사업을 이끌게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나중에 로스너의 딸에게 전화해 로스너의 학력을 물었는데 중학교 1학년 중퇴란 말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가까이 임원으로 쓰면서 20여년간 학력을 몰랐다는 것이다.
어려서의 입맛을 그대로 간직해, 아침에 눈을 뜨면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고 콜라를 하루에 5캔 이상을 마시고, 스테이크와 사탕을 즐기면서 녹색채소는 멀리 하면서 하루에 4000Kcal를 섭취하면서도 95세까지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열심히 일하면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라는 비결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958년 3만1500달러에 구입한 오마하 교외 2층 주택에서 67년째 살고 있고, 고명딸은 그가 20살때까지도 아버지가 부자인지 몰랐을 정도로 검소한 삶을 살고 있다.
투자의 신인 버핏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는 대공황을 거쳐 미국이 세계의 중심에 서는 과정 속에서 세계 10대 부자에 오를 만큼 미국의 성장과 함께 했다.
버핏은 늘 “당신의 부고 기사에 어떤 내용이 담기길 바라는지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걸맞은 삶을 살아라”고 말해왔다. 그의 부고기사 제목은 이미 정해져있다.
“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그루 잠들다” 아닐까?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