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월간 재정동향 11월호'에 따르면 2025년 9월 말 기준 관리재정수지는 102.4조원 적자로, 2020년 108.4조원 적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진짜 미인은 화장을 하지 않아도, 성형을 하지 않아도 예쁘다. 화장발 미인, 성형미인은 가짜다. 껍데기만 번드르하다는 이야기다.

기업들이 화장발로 경영실적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게 바로 분식회계(粉飾會計)다. 분식(粉飾)이란 실제보다 좋게 보이려고 사실을 숨기고 거짓으로 꾸미는 것을 말한다.

나라경제도 화장발, 즉 분식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게 2000년대 중반 그리스의 재정 분식인데, 그리스는 2009년 기준 재정적자 비율이 GDP 대비 3.7%로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12.7%에 달했던 경우가 있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가 위기인데도, 자꾸 화장발을 통해 위험을 감추는 것 같다. 이재명 정부가 각종 특검과 정쟁에는 앞장서면서 막상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경제는 엉망이 되는데도 잘 돌아가는 것처럼 포장한다는 것이다.

첫째, 환율을 보자.

이재명대통령은 2025년 2월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환율이 폭등해서 모든 국민들의 재산 7%가 날아갔는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인가"라고 발언했다. 환율상승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국민은 막대한 손실을 본다는 얘기다. 100% 맞는 얘기다. 당시 2월5일 환율을 보니 종가가 달러당 1,444.3원이었다.

이재명 대통령께서 국정 컨트롤을 한지 5개월이 지났다. 지금은 오롯이 자기 책임으로 국정운영을 할 때다. 11월13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67원대이다. 한때 1,475원까지도 올랐다. 이재명대통령의 말대로라면 국민재산이 9% 이상 날아갔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환율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다. 아니, 모른척 한다.

둘째, 국민연금의 제멋대로 주식 투자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14.9%지만 실제 매수한 주식의 평가 가치는 17%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 비중을 기준으로 3%포인트 내에서 더 사거나 덜 살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17.9%인 매수 가능 범위 상단이 얼마 남지 않았다. 최근 주가상승이 국민연금의 대규모 주식 매입에 따른 결과라는 얘기다. 국민연금의 1% 비중 확대는 대략 15조원 가량의 순매수를 의미하므로, 최근 주가상승의 최대기여자가 국민연금이라는 얘기가 된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주식 추가매수 여력이 거의 남지 않았다는 것. 그러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국내 주식 보유 한도를 높이기 위해 ‘전술적 자산배분(TAA)’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TAA는 기존에 설정한 자산별 목표 비중을 기금운용본부의 재량으로 2%포인트까지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제도다. TAA를 활용하면 매수 허용 범위가 19.9%까지 높아져 국내 주식을 최대 30조원어치 추가 매수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연기금의 가장 중요한 투자원칙이 안정성이라는 것.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이 올라가면 시장의 안정성이 떨어지게 된다.

최근 보름동안 외국인 주식 순매도 금액이 10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민연금이 외국인들 돈벌어주는 '호구'가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재산이지, 정부나 민주당의 재산이 아니다.

셋째, 재정을 보자. 여기도 민생쿠폰이니 뭐니 뿌려대면서 엉망이 되고 있다.

1~9월 나라살림(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102조4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대규모 재정이 집행됐던 2020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국가 재정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정부는 확장재정 기조를, 국회는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농어촌 기본소득’등 선심성 예산까지 확대하고 있어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11월호)’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총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41조4000억 원 증가한 480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9월까지 총지출은 544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대비 지출 진도율은 77.4%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63조5000억 원 적자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한 관리재정수지는 102조4000억 원 적자를 기록해 100조 원을 넘어섰다. 2020년 108조4000억 원 적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다. 국가채무는 1,259조원에 이른다. 나라 곳간을 마구마구 써대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가?

환율 급등, 주가 상승, 재정상태를 보면 대한민국 경제는 지금 실제 체력보다 훨씬 과장돼 있는듯 하다. 걱정이다. 경제가 무너지면 과거 1997년 외환위기 때 서민층이 가장 피해를 볼텐데...

김상민, ‘정치입맛, 경제밥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