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 시장 뚫고 자존심 세웠다…엔비디아 향 양산체제 돌입

-엔비디아의 8단 HBM3 품질 테스트 통과하고 양산에 착수
-전영현 부회장 등판에 별도 HBM팀 구성, 차세대 HBM4 기술 준비

김지윤 기자 승인 2024.07.24 10:30 의견 0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삼성전자가 그동안 AI용 반도체인 HBM 분야에서 뒤처지면서 구긴 자존심을 되찾게 됐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를 공급하기 위해 양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에 고가의 HBM을 납품하는 것으로 삼성전자 실적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의 8단 HBM3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양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딱 두달 전인 지난 5월 24일 로이터통신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납품할 HBM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하면서 삼성전자의 AI용 반도체 사업에 비상이 걸린 바 있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가 최근 엔비디아에 납품을 앞둔 5세대 HBM3E의 한 세대 이전 제품으로, 중국 수출용 그래픽처리장치(GPU)인 H20에 쓰일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한다고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비디아는 HBM3를 다양한 GPU 제품들에 탑재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단독 공급 중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5세대 'HBM3E'의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도 임박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의 공급망 파트너 중 일부는 최근 (HBM과 관련해) 가능한 한 빨리 주문하고 용량을 예약하라는 정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HBM이 올 하반기에 원활하게 출하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달 말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전화 회의)를 통해 HBM3E의 납품 소식을 알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HBM3에 이어 HBM3E까지 엔비디아에 납품하는데 성공한다면, SK하이닉스가 장악한 HBM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는 한편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뒤늦게나마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 명함을 내밀게 된 것을 두고 이미 엔비디아 CEO인 젠슨 황이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는 등 두둔하고 나서면서 시간문제였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삼성전자 역시 그동안 노력을 집중해왔다.

삼성은 지난 5월 21일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장을 기존의 경계현 사장에서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고있던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한 바 있다, 인사철도 아닌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핵심사업부문인 DS부문장을 교체한다는 것은 극약처방을 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삼성전자는 조직개편을 통해 HBM 역량 강화 처방도 내렸다. 삼성전자는 최근 HBM 개발팀을 신설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지난 4일부로 HBM 개발팀을 신설하고 D램 제품 설계 전문가인 손영수 부사장이 팀장으로 발령냈다.

신설된 HBM 개발팀은 HBM3와 HBM3E뿐 아니라 차세대 HBM4 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메모리사업부 내에서 HBM 개발 조직을 운영해 온 데 이어, 이번 조직 개편으로 HBM 전담 조직을 한층 강화해 차세대 연구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그동안 SK하이닉스가 독점 공급해온 HBM을 경쟁구도로 가져갈 경우 납품가격도 다운시키고, 품질도 더 강화되는 등 유리한 측면이 많아 삼성전자의 HBM 공급이 절실했다는 견해도 나온다.

산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1위이기 때문에, 시장지배력에 더해 기술력이 함께할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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